[기고]무등(無等)의 가을, 정상이 아닌 '자신'을 향한 산행이 되길

노회동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
2026.10.15 15:20

/사진제공=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무등산으로 향하는 시내버스 1187번은 무등산의 해발고도 1187m에서 따왔다. 도심에서 버스로 조금만 달려도 만날 수 있는 웅장한 자연이 광주·전남 지역민에게 더없는 축복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억새 물결이 장불재를 뒤덮고 주상절리 사이로 단풍이 내려앉는 10월이 되면 무등산은 연중 가장 화려한 얼굴로 탐방객을 맞이한다. 그러나 무등산을 지키는 우리 직원들의 마음 한편에는 가을의 설렘보다 긴장감이 먼저 자리 잡는다.

가을 무등산의 아름다움 뒤편에는 늘 예기치 못한 그늘이 있어서다. 준비되지 않은 산행이 부르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난다.

등산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은 채 오르다 발목을 다치는 이들, 해가 부쩍 짧아진 산중에서 길을 잃고 구조를 요청하는 이들 가운데는 무등산을 가볍게 보고 찾은 탐방객이 적지 않다.

등산은 일상의 산책과 다르다. 서늘한 가을바람은 땀을 빠르게 식혀 급격한 저체온증을 부르고, 돌길이 많은 무등산의 지형은 방심한 발걸음을 여지없이 위태롭게 만든다.

무등산국립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것은 산행의 기본을 챙기는 일이다. 수분 보충을 위한 충분한 물, 일교차를 견딜 겉옷, 발목을 지탱해 줄 등산화는 최소한의 생명줄이다. 만약 장비가 마땅치 않다면 공원사무소의 '안전장비 무료 대여 서비스'를 주저 없이 이용하시기 바란다.

한 가지 더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글의 제목처럼 '정상(頂上)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최고봉인 천왕봉(1187m)은 군부대 시설로 상시 개방되지 않아 탐방객은 서석대와 인왕봉 전망대까지민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그곳을 밟아야만 산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체력과 경험에 맞춰 증심사에서 중머리재까지만 올라도 무등산의 호젓한 가을 정취를 느끼기엔 모자람이 없다.

무등(無等)이라는 이름처럼 무등산은 더 높이 오른 이와 덜 오른 이의 높낮이를 따지지 않는다. 내 호흡이 편안한 자리까지 걷고 해가 지기 전 여유 있게 내려오는 걸음이야말로 가장 성숙한 산행이다.

국립공원을 탐방할 때의 바람직한 마음가짐은 자연의 고요를 깨지 않는 침묵과 야생동물의 터전을 훼손하지 않는 배려, 무리한 욕심을 내려놓는 겸손함이다.

올가을, 무등산을 찾는 모든 발걸음이 안전사고 없이 일상으로 이어져 건강하고 품격 있는 가을날의 기억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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