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굴리는 대교협, 회장은 '1년짜리 비상근'…60%는 임기 못 채워

황예림 기자
2026.10.21 07:00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임기/그래픽=이지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사실상 '1년짜리 비상근 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입 원서접수를 비롯한 주요 고등교육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대교협에 따르면 이기정 현 회장(한양대 총장)을 제외한 역대 35명의 회장 가운데 21명(60%)은 약 1년 만에 회장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과 대교협 정관에는 회장 임기가 2년으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대교협 회장은 조직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린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 동안의 추이를 살펴봐도 회장이 5차례 바뀐 것으로 확인된다. 홍원화 전 경북대 총장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 박상규 중앙대 총장, 양오봉 전북대 총장이 각각 약 1년씩 회장직을 맡았고 올해 3월부터는 이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회장 역시 내년 이후 회장직을 이어갈지 불투명하다. 대교협 정관상 현직 대학 총장만 회장을 맡을 수 있는데, 이 회장의 총장 임기가 내년 2월 종료될 예정이어서다. 한양대 총장 연임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교협 회장 자리에서도 내려와야 한다.

회장 교체가 잦은 배경에는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특성이 있다. 대교협 회장은 대학에서 받는 급여 외에 대교협으로부터 별도 보수를 받지 않는다. 대학 운영과 대교협 업무를 함께 맡아야 하는 만큼 무보수로 장기간 회장직을 수행할 유인이 크지 않다.

대교협 회장은 임기가 짧을 뿐만 아니라 비상근직이다. 일반적으로 연 6~7차례 열리는 이사회 참석을 중심으로 주요 업무를 수행하며, 이사회 외 결재가 필요한 경우에는 직원이 직접 찾아가 결재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업무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근직인 사무총장이 일상적인 조직 운영과 140여명의 직원을 관리하긴 하지만 중요한 안건은 여전히 회장 보고와 결재를 거쳐 추진되고 있다.

회장이 비상근인데다 교체 주기까지 짧은 현재 구조가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공공 원서접수 시스템 구축'처럼 장기간 일관된 추진이 필요한 정책에서 대응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대교협은 2013년 대입 원서접수 시스템을 공공 주도로 전환하려 했지만 민간 대행사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후 본안 소송 등을 통해 공공 전환을 계속 추진할 여지도 있었지만 대교협은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자 곧바로 본안 소송을 포기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교협 회장이 대학 총장을 겸임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기정 회장이 "정관상 현직 총장만 회장을 맡을 수 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정관은 고치면 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교협 재원의 대부분이 국고에서 충당된다는 점에서도 기관장 운영 방식이 공공성에 걸맞게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교협은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대교협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 협의체로 교육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위탁사업을 다수 수행한다. 지난해 대교협 총 수입 1071억5800만원 중 83.7%(896억7100만원)는 교육부의 국고보조금이었다. 반면 자체 예산인 대학 회원의 회비는 55억6600만원으로 전체의 5.2%에 그쳤다.

다만 대교협은 비상근 체계가 업무 수행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서울은 물론 지방 대학 총장이 회장을 맡았을 때도 직원과의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었다"며 "비상근이지만 주요 현안은 상시적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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