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농연, 40년 된 가락시장 이전 검토 촉구…현대화사업 장기화에 물류비 부담 가중
과천 경마장 이전 추진 속 가락시장 54만㎡ 주택 활용 제안도…유통혁신 계기 주목

전국 산지에서 농산물을 싣고 올라온 화물차가 서울 가락시장에 도착하고도 짐을 내리지 못한다면 기다림의 비용은 누구 몫일까. 공사로 복잡해진 동선과 하차 지연은 농민과 유통 종사자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1985년 문을 연 가락시장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낡은 시설을 어떻게 고칠지가 아니라, 이곳에 시장을 계속 두는 것이 최선인지 묻는 목소리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에 가락시장 이전을 적극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40여년간 수도권 먹거리 공급과 전국 농산물 기준가격 형성의 중심이었지만, 도심의 협소한 부지와 교통 혼잡, 노후 시설로는 첨단 유통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농연은 현재 진행 중인 순환 재건축 방식의 시설현대화사업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 영업을 유지하면서 구역별로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방식인데, 공사가 길어지면서 출하 차량의 하차 대기시간과 임시시설 운영의 비효율, 물류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2009년 시작됐다. 전체 사업비는 1조2769억원으로 늘었고 완료 목표도 2031년으로 미뤄졌다. 가락몰과 채소2동은 완공됐지만 채소1동과 수산동, 과일동 등은 앞으로 공사가 남아 있다.
시설을 개선하는 동안 출하 농민이 치르는 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화'라는 이름과 달리 공사 과정의 비효율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되물을 수 밖에 없다.
이전론이 새롭게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도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경기 과천 경마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농연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약 54만㎡ 부지를 공공주택과 주거복합단지로 활용하고, 도매시장은 고속도로와 광역교통망에 가까운 외곽 거점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새 시장에는 저온유통체계와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물류 시스템을 갖춰 산지 출하의 부담을 줄이고 신선도를 높이자는 구상이다. 농산물 유통 혁신과 주거 안정을 함께 이루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전이 곧 해법이라는 보장은 없다. 새 부지 확보와 건설비, 이미 투입된 현대화사업 예산을 따져야 한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659명 읽는 중
산지에서 시장까지의 운송이 편해지더라도 시장에서 도심 소비지까지의 비용은 늘 수 있다. 도매시장의 이전이 가격 형성과 거래 질서에 미칠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 외곽 어디에 시장을 둘 것인지, 이전하는 동안 기존 시장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현 위치의 물류 동선을 개선하고 냉장·냉동 설비를 확충하는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의 편익뿐 아니라 현재 사업을 지속할 때의 효과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공정한 판단이 가능하다.
건물이 새로워진다고 유통구조가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거래방식과 하역·배송체계까지 함께 개선해야 생산자와 소비자가 비용 절감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가락시장은 서울에 있지만 그곳으로 농산물을 보내는 농민은 전국에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전이냐 재건축이냐'를 둘러싼 구호가 아니라, 어느 선택이 유통비용을 더 줄이고 농민의 출하권과 소비자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40년 된 시장의 미래는 건물의 주소가 아니라, 농산물이 밭에서 밥상까지 가는 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