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도, 부처 협의도 못 끝냈다…'10년 교육' 연내 확정도 불투명

황예림 기자, 정인지 기자
2026.10.22 16:13

내년 3월 확정안 발표는 유지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에 대한 국민 180명의 의견./그래픽=김현정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이달 말 공개하기로 했던 10년 단위의 국가 교육 청사진 시안을 연말로 미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교육부와 의견 조율도 끝나지 않아 연내 최종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지난 21일 열린 제11차 회의에서 2028~2037년 적용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공개 시점을 연내로 연기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이달 말 시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국교위원 전원 찬성으로 일정을 늦췄다. 연기 시점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시안을 무기한 미루기보다 연내에는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10대 6으로 더 많은 동의를 얻었다.

국교위가 두 달의 시간을 확보했지만 남은 기간 안에 핵심 쟁점을 정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연기의 직접적인 배경도 대입 제도 개편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 부족이었다.

차정인 국교위원장 역시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론화가 부족한 상태로 시안을 발표하기보다 대입 제도만이라도 공론화를 더 거쳐 발표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하며 대입 제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국교위는 지난해 말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대입특위)를 꾸린 뒤 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고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향의 대입 제도 개편을 논의했다.

지난 8월 진행한 국민 참여 숙의토론 결과도 국교위 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국교위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과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등을 놓고 국민 180명이 참여한 가운데 1박2일 숙의를 진행했다. 참여자 10명 중 4명은 숙의 이후에도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국교위가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에 대해 숙의 이후에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교육부와의 의견 조율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계획을 수립하면서 교육부 등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부처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교위는 지난 8월 교육부에 중장기 교육계획 초안을 처음 전달한 데 이어 10월 수정 초안을 다시 보냈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제11차 회의 직후 "8월에 초안을 전달받고 교육부가 검토 의견을 드렸지만 10월 시안에 의견 반영이 굉장히 미흡했다고 생각한다"며 "10개년 계획인 만큼 시안은 교육부 등 정부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내용으로 발표돼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2026년 제5차 워크숍 및 제1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10.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교육계에서는 합의가 지연되는 배경으로 국교위의 의사결정 구조를 거론한다. 국교위 비상임위원 17명의 대부분은 교원·학부모·학생·교육감·법조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구성돼 있다. 교육행정 전문성보다 대표성을 우선한 구조여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교육 현안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논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차 위원장 취임 이후 중장기 교육계획과 관련해 꾸려진 특별위원회는 대입특위를 포함해 12개다. 각 특위에서는 사교육 대책과 문해력, AI(인공지능) 교육은 물론 초등학교 1·2학년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추는 방안,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 등 사회적 논란이 큰 의제까지 함께 논의됐다.

한 국교위 위원은 "대입 문제도 중요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쟁점들이 계속 불거졌다"며 "여러 의제를 동시에 논의하다 보니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교위는 다음달 10일 회의에서 대입 제도 개편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위한 추가 공론화 방식과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국교위 관계자는 "남은 쟁점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정리됐으니 사회적 협의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다음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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