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벗어난 민화"…율아트, 일상 속 K컬처로 세계시장 공략

경기=노진균 기자
입력 2026.11.07 09:00 수정 2026.11.07 09:00

오석환 관장의 40년 민화 수집·보존 정신 이어 1500종 상품 개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2026 글로벌소상공인육성사업' 유망기업 '율아트' 인터뷰

오슬기 율아트 대표. /사진제공=율아트

"아버지는 늘 자신은 씨앗을 뿌리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물을 주고, 다음 세대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고."

오슬기 율아트 대표는 아버지 오석환 관장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40여년간 민화를 수집하고 보존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 우리 전통 그림을 현대인의 일상으로 가져오고 세계에 알리는 것이 율아트의 목표다.

2018년 창업한 율아트는 한국민화뮤지엄과 조선민화박물관 공식 아트샵이다. 박물관 소장품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약 1500종의 민화 상품을 개발했다.

자석과 키링, 문구류, 가방 등 생활용품부터 물감·붓·한지 같은 전문 미술용품, 민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용 교구재까지 제품군이 다양하다. 자체 온라인몰과 박물관 뮤지엄숍, 면세점 등에서 판매하며 기업과 문화기관을 위한 맞춤 상품도 제작한다.

율아트의 창업은 오 대표 부친의 민화 수집에서 출발했다. 오 관장은 민화 5000여점을 수집·보존했으며 조선민화박물관과 한국민화뮤지엄을 설립했다.

오 대표는 부친이 세운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과거 선조들의 생활공간을 채웠던 민화가 오늘날에도 일상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7일 "조선 후기에는 집 안 곳곳에 민화가 걸려 있을 정도로 생활과 가까웠지만, 지금은 민화를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민화가 박물관에서 감상하는 그림에 머물지 않고 세계인의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즐기는 문화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한국민화뮤지엄. /사진제공=율아트

율아트의 경쟁력은 오랜 시간 축적한 민화에 대한 이해와 이를 실제 상품으로 구현하는 경험이다. 민화에 담긴 건강과 행복, 가족의 화목, 입신출세 등의 상징을 연구하고 제품에도 한국어와 영어로 작품 해설을 담는다.

시제품을 박물관 기념품숍에서 먼저 판매해 고객 반응을 살피고, 실용성과 품질, 가격 등을 보완해 판매처를 확대한다.

민화를 직접 그리는 과정의 불편을 줄인 미술용품도 대표 제품이다. '율아트 민화물감'은 기존 분채를 아교와 갈아 비율에 맞춰 녹여야 했던 준비 과정을 개선했다. 튜브에서 짜서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상온 보관도 가능하며, 기존 대비 5분의 1 가격으로 제공한다.

오 대표는 "민화를 그리려면 재료를 준비하는 데만 한 시간가량 걸리는 경우가 있었다"며 "누구나 편리하게 민화를 그리고 즐길 수 있도록 사용법을 간소화하고 가격 부담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상품을 통해 민화에 관심을 갖고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경험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바람도 담겨 있다.

국내외 판로 확대…민화 상품 세계시장에 선보여

국내외 판로도 넓어지고 있다. 율아트는 2025년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라이프스타일 유형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202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넷플릭스 'K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민화뮤지엄 소장품인 가로형 '작호도'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올해 9월에는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국내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민화 상품을 소개했다.

도쿄 민화전시회 포스터. /사진제공=율아트

해외에서는 일본 오사카와 도쿄에서 민화 전시와 상품 판매를 진행하고, 체험교구재를 활용한 마스터클래스도 열었다. 프랑스 박물관숍 유통 판로를 개척했으며 미국과 호주에서는 현지 유통사를 통한 납품을 이어가고 있다.

오 대표는 "해외 전시에서 작품을 감상한 뒤 상품을 살펴보고 직접 체험하는 과정은 우리 문화를 여러 방식으로 만나는 기회"라며 "현장에서 얻은 반응을 상품 구성과 설명, 포장 방식에 반영해 일회성 관심이 실제 구매와 지속적인 거래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26년 글로벌 소상공인 육성사업'은 해외 거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율아트는 수출 서류와 물류 정보를 통합하는 시스템과 해외 바이어가 제품 및 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B2B 카탈로그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수출용 패키지 개선과 브랜드·디자인 보호, 현지 판촉도 추진한다.

율아트는 앞으로 굿즈뿐 아니라 민화 미술용품과 체험교구재의 해외 판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민화에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처럼 시대와 나라가 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민화를 알고, 사용하고, 직접 그리며 즐길 수 있도록 우리 문화의 씨앗을 더 넓게 퍼뜨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