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전반을 기획·조율하는 '경제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 실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재임 기간 추경(추가경정예산) 등 확장 재정을 통한 경기 진작과 자본시장 활성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 등을 주도했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초강대국을 상대로 비교적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직적 재정 운용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고 법인세율과 증권거래세를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세입 기반을 확충한 것도 김 실장의 성과로 꼽힌다. 연구개발(R&D) 예산 확대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등 'AI 3대 강국'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해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정 종목에 자금이 쏠린 상황에서 증시가 급락하자 해당 상품이 시장 변동성과 개인투자자 손실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권뿐 아니라 범여권에서도 도입 과정과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을 문제 삼으며 김 실장 책임론이 불거졌다. 김 실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만을 증시 변동성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부동산 정책 역시 뼈아픈 대목으로 남았다. 정부는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수요 억제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서울 집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김 실장은 "닥치고 지어야 한다"며 공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시장이 체감할 만한 공급 물량을 신속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메시지도 혼선을 키웠다는 평가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보유세·양도세 정상화 필요성을 거론했고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과세 방안이 부각되면서 실수요자까지 투기 수요로 몰았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의 경제·부동산 정책을 이끌었던 김 실장의 퇴진으로 청와대 정책라인 개편도 불가피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증시 및 부동산 세제를 총괄하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