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진보진영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요구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탄핵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진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진보진영 내부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즉각적인 탄핵 추진보다는 국정조사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 원장은 26일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생방송에서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3개월)에 따라 오 시장 판결은 3개월 이내에 조희대 대법원이 맡게 된다"며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9년으로 16년 감형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판결 때부터 법원의 판결이 뒤집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대법원의 엄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힌 김민석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대라는 것을 할 수 있나"라며 즉각적인 탄핵 추진을 주문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엄중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해 봐야 조 대법원장이 받아준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며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을 날리려는 선택을 했고 (이 대통령의) 대법원 재판도 거부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의 즉각적인 직무 정지를 줄곧 주장해온 김씨도 이날 방송에서 "조 대법원장이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차기 대선주자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전능감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 역시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나쁜 결정보다 더 나쁜 결정은 늦은 결정"이라고 적으며 조 대법원장 탄핵을 촉구했다. 조 원장과 김씨, 신 대표 등 진보진영 인사들이 즉각 탄핵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수위 조절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 전 장관에 이어 오 시장에 대한 판결을 거론하며 사법부의 정치적 판단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조 대법원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제3자 대납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정치자금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 보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 등과 관련한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를 검토할 계획이다. 탄핵을 서두르기보다 관련 절차를 밟아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만큼 정치적 역풍을 감수하면서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탄핵안을 추진하기보다는 탄핵의 근거와 명분을 쌓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진보 진영 내의 입장 차이가 민주당 전당대회 등을 계기로 불거진 진영 내 갈등을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는 조 원장과 김씨 등이 즉각적인 탄핵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조 대법원장에 대한 견제보다 진영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도부의 기조와 달리 국정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탄핵 추진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과 진보진영 일각의 탄핵 요구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재개를 막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조 대법원장 탄핵안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국정조사 추진은 탄핵 후폭풍이 두려워 내놓은 전형적인 간 보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