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대법원장 국정조사' 카드꺼낸 與, 野의 셈법은

이태성 기자
2026.10.28 15:18

[the300]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10.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여야가 또다시 정면충돌할 조짐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하고 대여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당내 의견을 모았다. 다음 달 5일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대법관 공백 장기화와 비상계엄 당일 심야 간부회의 논의 내용, 업무 추진비와 현금 격려금 집행 적정성까지 각종 의혹이 쌓여있다"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또 "그동안 내란 특검과 종합 특검 모두 압수수색이나 대면 조사가 아닌 서면 질의만 진행한 만큼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정조사의 최대 쟁점은 조 대법원장의 12·3 비상계엄 당일 행적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당시 심야 간부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규명하는 것이 국정조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반면 업무추진비 문제는 이미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진행된 사안이고 대법관 재제청 문제는 헌법상 권한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 데다 청와대까지 공방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민주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 의원의 요구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3사로부터 조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기기 교체 내역을 제출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비상계엄 전후 조 대법원장의 행적을 규명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부터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과 대법원의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야당에 유리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국정조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며 여권의 무리한 사법부 압박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민주당에 부담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8일 공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1.5%로 직전 조사보다 3.4%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3.4%P 상승한 40.5%를 기록했다. 양당 격차는 9.0%P로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기대를 거는 또 다른 대목은 조 대법원장 탄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다. KSOI가 지난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2.0%, '반대한다'는 응답은 50.3%로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8%였다.

KSOI 측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에 대한 반대가 과반을 차지한 것은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제기된 요구가 아직까지 전체 국민 공감대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조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교체 내역 조회 문제를 둘러싼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국회 과방위가 통신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는 특정 기간 휴대전화 기기 변경 내역이 없다는 답변과 조 대법원장의 개인 전화번호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며 사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민주당이 통신사에 요구해 조 대법원장의 최근 2년간 휴대전화 교체 내역 자료를 조회했다고 한다"며 "개인 전화번호까지 노출된 자료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도 모르게 몰래 염탐하는 집권여당"이라며 "권력을 동원해 대법원장의 개인정보조차 제멋대로 들여다보는데 하물며 힘 없는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는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나"라고 했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다음 달 5일 본회의에 보고되면 이후 조사계획서 마련과 의결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국회 의석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계획서가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조사가 12·3 비상계엄 2주년과 맞물려 본격화할 경우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도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KSOI 여론조사는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응답률은 5.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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