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스쿨존서 초등생 친 80대...블랙박스엔 '뺑소니 증거'

이재윤 기자
2026.08.24 16:58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차로 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80대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차로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80대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4일 뉴스1·뉴시스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문경)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84)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고 당시 피해자를 충격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구호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한 원심의 유죄 판단은 정당하고, 양형에 대해선 이미 여러 내용이 원심에서 판단된 만큼 형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9일 오후 3시49분쯤 전북 정읍시 상동의 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B군(11)을 자신이 몰던 승용차로 들이받고도 구호 조치 등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 앞에 일시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B군을 들이받았다. 사고로 B군은 발목 염좌 등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B군이 충격으로 앞으로 튕겨 나가는 모습이 담겼고, 충격 감지 기능도 작동해 당시 상황이 별도 영상으로 저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A씨의 배우자는 창문을 열어 B군에게 "차에 닿았니? 혹시 다쳤니?"라고 물었다. B군이 "다친 데 없다"고 답하자 A씨는 병원에 데려가거나 연락처를 남기는 등의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고 당시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차량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A씨가 사고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운전자 시야에서 B군을 확인할 수 있었고, 충돌 부위도 운전석 쪽 앞 범퍼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B군이 사고 직후 괜찮다고 답했더라도 11세 아동이 자신의 부상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봤다. 이에 A씨가 B군을 병원에 데려가거나 보호자에게 연락처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고령이고 각종 질환에 따른 시력 저하가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점,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피해자를 위해 형사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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