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이 장기밀매?…근거 없는 괴담에 '귤보디아' 비하까지

이현수 기자
2026.09.01 14:34

SNS서 제주 관련 음모론·혐오성 게시글 확산
전문가 "낙인찍기 경계…음모론에는 책임 물어야"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가림막이 가려져 있다./사진=뉴스1.

경찰의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 이후 제주 지역을 둘러싼 근거 없는 음모론과 비방성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거나 특정 지역·국적을 겨냥한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에는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스레드와 엑스 등 SNS(소셜미디어)에서는 제주도를 향한 비방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제주도민은 납치당할 뻔한 경험이 있다', '제주에 놀러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된다' 등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경찰과 해외 범죄조직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글도 퍼지고 있다. '경찰이 실종자 정보를 중국 장기밀매 조직에 전달했다', '범죄조직과 연루된 경찰이 수사에서 손을 뗐다'는 식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한 제주도민 유튜버의 여행 영상 댓글창은 '귤보디아'라는 표현으로 도배됐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발생했던 캄보디아에 제주를 빗댄 표현으로 '귤보디아 가려면 목숨 걸고 가야 된다', '범죄지역 지도를 만들라' 등 댓글도 달렸다.

SNS에 경찰의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이 장기밀매 사건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사진=스레드 갈무리.

정치권에서도 제주를 위험 지역으로 규정하거나 특정 국가와 연관짓는 발언이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중국인 범죄와 관련된 위협이 제주도를 휩쓸고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달 28일 실종자 장모씨가 숨진 채 발견된 제주 한림읍 야자수 농장을 방문해 "인구 10만명당 범죄 건수가 가장 많은 게 제주도"라고 했다.

제주 지역 범죄율 통계도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제주에서 발생한 범죄는 인구 10만명당 4539.6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으며 전국 평균(3342.9건)보다 약 36% 높았다.

다만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제주 특성상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산출한 범죄율로 실제 치안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제주 인구는 67만명인 반면 관광객은 1378만명에 달했다. 관광객 수가 범죄율 산정 시 분모에서 빠지면서 실제보다 범죄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제주 실종신고 허위 종결로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부(30대) 경장이 1일 오후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 규명과 제주 지역 전체에 대한 낙인찍기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역시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해 불안과 불신이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경찰의 잘못을 계기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괴담이 확산하는 것은 제주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반중국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음모론을 확산·조장하는 일부 정치인과 유튜버에게는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부실 대응과 제주 지역을 향한 비난은 구분해야 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치안에 대한 우려와 공권력에 대한 신뢰 훼손을 경찰이 자초하면서 음모론이 형성될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전격적인 경찰 개혁 조치를 발표하고 이를 신속하게 이행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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