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AI 사용에 가처분 신청도 늘었다…법관 늘려도 부담 안 준다

이혜수 기자, 오석진 기자
2026.09.14 16:56

2022~2025년 서울중앙지법 가처분 신청 건수 추이/그래픽=임종철

최근 AI(인공지능) 기술이 대중화하면서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건수가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민사 소송을 내기 전 가처분을 먼저 신청하라는 전략을 자주 추천하는 AI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원 안팎에서는 사건 지연 등의 우려가 나온다.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가처분 접수 건수는 2022년 4180건에서 2025년 4968건으로 788건 늘어났다. 3년 사이 약 19% 늘어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4180건 △2023년 4245건 △2024년 4749건 △2025년 4968건이다. 가처분이란 정식 재판의 판결이 나오기 전 권리의 훼손 등을 막기 위해 법원이 임시로 현상을 유지하거나 법적 지위를 정해주는 긴급 조치를 말한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추이가 민사소송 당사자들이 생성형 AI를 사용하면서 AI가 전략을 추천해준 대로 가처분 서류를 작성하는 일이 늘어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재판 당사자 중 한 사람이 'AI가 가처분을 신청하라고 한다'고 하더라"며 "가뜩이나 AI 때문에 나홀로 소송이 늘어나는데 당사자들이 AI의 조언대로 재판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사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 사건에서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을 하는 비율은 평균 약 80%에 달한다. 이들 대다수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AI를 사용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가처분 신청이 늘면서 정작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지연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같은 법원 다른 부장판사는 "가처분은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처리해야 할 가처분 신청이 늘어나면 더 급한 가처분 사건들의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단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가처분 신청 담당 재판부 업무에 부담도 늘어났다. 사건 수가 늘어나자 서울중앙지법은 가처분 담당 재판부에 법관을 증원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가처분을 담당하는 3개 재판부의 인원수 합계는 2022~2023년 12명이었다가 2024년부터 13명으로 1명 늘어났다. 하지만 판사 1명이 맡아야 하는 가처분 사건 수는 줄지 않았다. 인당 사건 수는 △2022년 348.3건 △2023년 353.8건 △2024년 365.3건 △2025년 382.2건으로 증가세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AI를 이용해 법적 쟁점과 관계없는 내용들을 가처분 신청서에 담으면서 가처분 판단에 드는 시간도 더 길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법원 또 다른 부장판사는 "AI가 시키는 대로 작성하면 법리적 주장 외의 다른 주장들이 많이 들어가 판단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시간이 생명인 가처분 사건에서 이는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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