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해볼래요?"...교수가 '위안부 피해' 질문한 여학생에 막말 [뉴스속오늘]

남형도 기자
2026.09.23 06:00

2019년 연세대 발전사회학 수업 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 발언…명예훼손 혐의는 '무죄' 받아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강의 중 위안부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9년 9월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실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교무처에서 우선적으로 교수 강의를 중단시켰다."

2019년 오늘이었던 9월23일. 연세대학교는 류석춘 연세대 전 사회학과 교수(71, 당시는 재직)의 강의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강의명은 '발전사회학'.

퇴직을 앞뒀던 노교수는 2019년 9월19일 오후 4시, 학생들 50여명이 모인 해당 수업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라니까요.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니까요."

학생들이 놀라며 반문했다. 위안부 피해자는 강제 연행된 것이 아니냐고. 질문이 이어졌다. 한 여학생의 물음에 류 전 교수는 "궁금하면 한 번 (학생이) 해볼래요? 지금도 그래요"라며 성희롱성 발언까지 했다.

연구실에 빼곡히 "방 빼라" 포스트잇…류석춘 "학생에게 조사해보라고 한 것" 항변
강의 중 위안부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실 앞에 학생들의 류석춘 교수 규탄 메모지가 붙어있다./사진=머니투데이

이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커졌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는 22일 성명을 냈다. "지난 30여년간 한국 사회가 침묵할 때 용기 있게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주체적으로 싸웠던 인권 운동을 깔아뭉개는 망발"이라며 류 전 교수를 즉각 해임하라 촉구했다. 정의기억연대는 류 전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기도 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도 "수업 중에 있었던 발언들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학문의 자유란 미명 하에 역사를 왜곡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제 강점기 전쟁 속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마주해야 했던 폭력적인 사회 구조를 배제하고 '위안부'와 현 사회의 불법 성매매를 동일시했다"고 했다.

이에 류 전 교수는 "세간에서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식민지 시대 상황이, 사실 객관적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이영훈 교수 등 연구 성과를 인용하면서 직선적으로 그 내용을 설명한 것"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일부 학생들이 이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에, (학생이 조사를) 한번 해 볼래요? 라고 한 것"이라며 매춘 권유 발언이 아니라고 했다.

이는 논란에 불을 더 지폈다. 그의 연구실 출입문과 벽에 학생들의 항의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었다. "방 빼", "왜곡된 역사의식 조장하는 수업을 거부한다", "당신이 가해자" 등 내용이었다.

연세대, 류 전 교수에 '정직 1개월' 징계…그해 8월 정년퇴임해
2019년 9월24일 오후 류석춘 연세대 전 교수 연구실 앞에서 학생들이 면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학교 징계가 먼저 이뤄졌다. 이듬해인 2020년 5월7일, 연세대 학내 교원징계위원회는 류 전 교수에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징계위는 류 교수에 대해 "당시 수강생들도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권유한 것으로 생각', '명백한 성희롱 발언' 등 진술을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를 고려할 때 해당 발언의 대상자 학생은 물론, 당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이 사건을 성인지 사건으로 보았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류 전 교수가 학생에게 한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한 발언도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연세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불과 석 달 뒤인 2020년 8월에 정년퇴직 예정이라 길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류 전 교수도 징계위 판단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서부지법에 연세대를 상대로 정직 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과, 징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연세대 측은 징계 절차를 보완해 '정직 1개월' 재징계를 내렸다. 징계가 확정됐다. 류 전 교수는 같은 해 8월19일 정년퇴임했다.

결국 재판에 넘겨져…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 부분은 '무죄'
'위안부 매춘 발언' 후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교수가 2024년 10월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수직은 마쳤으나 재판은 계속됐다.

우선 '위안부 매춘' 발언. 이로 인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있었다. 또 "일본군에 강제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정의기억연대(전신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는 발언도 명예훼손 혐의로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위안부 매춘' 발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개개인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의 진술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은 것. 2심 재판부도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위안부 전체에 관한 일반적 추상적 표현에 해당한다'는 1심 판단을 언급하며 무죄로 선고했다.

하지만 두 재판부 모두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했다는 부분은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단정적인 발언으로 보이며,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점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류 전 교수가 이에 불복해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대법원 3부는 지난해 2월13일, 류 전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정의연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도 벌금 200만원을 선고, 유죄로 결론 내렸다.

정의기억연대는 "결과적으로 류석춘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 부정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비판했다.

'학문의 자유'가 유무죄 갈랐다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교수가 2024년 10월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회가 들썩일 정도의 논란이었음에도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무죄'로 판단한 이유가 뭘까. 해당 발언 내용보다 교수로서의 '학문의 자유'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2심 재판부의 판결문에는 이렇게 적시되었다.

'해당 발언이 통념에 어긋나고 비유도 적절치 않지만, 헌법이 학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볼 때 교수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류 전 교수 역시 이를 강조했었다. 2021년 3월, 류 전 교수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2차 공판 전 기자들에게 "하버드대학 총장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학문적 자유라고 했다"며 항변했다. 램지어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란 논문에서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라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를 반박했다. 총학생회는 "학문의 자유는 교수가 강단에서 어떠한 주장이든 마음대로 말할 자유가 아니다"라며 "그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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