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 오전 3시11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고가의 마세라티 기블리 세단(이하 마세라티)을 운전하던 남성 김모씨(당시 33세, 이하 동일)가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났다. 오토바이는 무려 시속 128㎞로 달리던 마세라티에 치여 산산이 조각났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있던 28세 여성이 숨졌다. 사망자와 연인 관계였던 운전자 23세 남성은 턱이 부러지고 하반신을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낸 김씨와 동승자 양모씨(30)는 사고 직후 추가 조치 없이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 김씨는 사건 이틀 뒤인 26일 밤 9시5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흥가 앞 노상에서 검거됐다.
김씨는 사고 후 67시간 만에 검거됐다. 경찰은 당초 위드마크 공식(음주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계산하는 기법) 추산한 결과 사고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단속 기준인 0.03%에 못미쳐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검찰은 CCTV 영상을 분석해 김씨가 사고 약 4시간 전인 9월23일 밤 11시1분부터 24일 오전 0시25분까지 주점에서 1차로 술을 마신 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이어 24일 오전 0시29분부터 오전 1시24분까지 노래방에서 2차로 술을 마시고, 광주 서구 치평동으로 이동해 오전 2시20분부터 오전 3시까지 3차로 술을 마신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후 다시 위드마크 공식을 추산한 결과 면허 취소 수치가 나오면서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해 10월23일 김씨를 구속기소 했다. 김씨의 도주를 도운 또 다른 조력자 오씨(33) 역시 구속기소 됐다.
검거 당일 경찰은 해외 도주를 우려해 김씨에 대한 출국금지 명령을 신청한 상태였다. 김씨는 광주의 한 호텔에서 짐을 챙긴 뒤 대전으로 도주 후 인천공항으로 가 해외 도피를 시도하려 했으나 출국 금지에 걸릴 것을 우려해 서울로 이동해 배회하다가 체포됐다.
조력자 오씨는 김씨의 고교 동창이다. 김씨의 음주운전 사고 사실을 알고도 대포폰을 건네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김씨의 항공권을 구매해줬다.
김씨와 오씨는 검거 이틀 만에 구속됐다. 김씨의 도주를 도운 공범 양씨와 김씨도 범인 도피 혐의로 불구속 송치 후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김씨와 동승했던 양씨, 조력자 오씨는 1991~1994년생으로 광주·전남에 거주 중이거나 과거에 거주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동창생·동네 선후배 사이다.
이들은 최초 경찰 조사에서 모두 '무직자'라고 진술했으나 출입국 기록 등을 통해 이들이 수시로 태국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오간 정황을 확인했다.
일부는 보이스 피싱 사기 등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다. 이에 경찰은 김씨가 또 다른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김씨는 불법 도박사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이버수사대와 합동수사를 진행해 도박 사이트 관련자 9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이 운영한 사이트에서 도박에 가담한 이용자 440명과 자금 세탁, 현금 유통 등을 도운 60명도 입건했다.
김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사·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돼 2024년 12월13일 열린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조력자 오씨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마신 술의 종류와 음주량 등을 고려하면 검찰의 기소 내용대로 주취 상태로 운전한 것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교통사고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했다. 그러나 도로 위에 피해자들을 방치한 채 도주하고 경찰을 피해 도피행각을 이어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휠체어를 탄 채 법정을 찾아 김씨에 대한 선고를 지켜본 피해 남성은 "가해자가 반성하기에는 10년은 너무 형량이 적다"며 "사고로 사망한 여자친구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듬해 6월 12일 열린 항소심에서 김씨는 음주운전 혐의를 벗으면서 감형받아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적용된 음주운전죄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계산된 혈중 알코올 농도로 적용된 것"이라며 "음주 개시 시점부터 알코올 분해 정도가 반영되지 않아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참혹한 결과에도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것도 모자라 해외 도주를 시도했다. 도주에 성공했다면 해외 잠적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2개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되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양형기준상 가장 높은 형을 다시 선고한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5일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