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인 2021년 9월30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말다툼하다가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 A씨(당시 24세)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같은 해 5월23일 새벽 1시20분쯤 인천 남동구 한 오피스텔 11층 자택과 엘리베이터에서 동갑내기 남성 B씨를 흉기로 3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사건 발생 5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2018년 10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중고차 판매 영업을 해온 사이였다.
마른 체형인 A씨는 덩치 있는 체형이었던 B씨가 평소 자신을 "멸치"라고 부르거나 "차를 못 판다"고 놀리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와 함께 오피스텔에서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벌였다. 술에 취하면 흉기를 찾는 등 폭력 성향을 보이던 A씨는 이날도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왔다.
B씨는 공통 지인에게 연락해 이 사실을 알린 뒤 전화를 끊었다. A씨의 술버릇을 알고 있던 지인은 영상통화를 걸어 둘 사이를 중재하려 했으나 A씨는 결국 B씨 가슴과 등을 흉기로 찔렀다.
B씨는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B씨를 뒤쫓아온 A씨는 엘리베이터 문을 닫지 못하게 막고 재차 흉기를 휘둘렀다.
"살려달라"는 B씨 비명은 11층 전체에 울려 퍼졌다. 주민 신고를 받고 119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B씨는 1층 로비에서 피를 흘린 채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외상성 저혈량 쇼크로 끝내 숨을 거뒀다.
출동한 경찰은 범행 후 자택에 머무르던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친구와 왜 시비를 벌였는지 술에 취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술을 마시다 B씨로부터 체형으로 놀림을 당했다. 평소 B씨가 날 무시한다고 생각해 화를 참지 못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B씨 친형은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며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해당 영상엔 A씨가 오피스텔에서 도망쳐 나온 B씨를 쫓아가는 모습,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 모습,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주거지로 돌아가는 모습 등이 담겼다.
B씨 형은 "A씨가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술에 취했다면 영상의 모습처럼 똑바로 걷지 못했을 것"이라며 "닫히는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조차 만취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생이 체형으로 놀려 살해했다는데, 130㎏ 거구인 동생을 A씨가 더 많이 놀려왔다"며 "A씨가 술을 마시면 편의점에서 흉기를 사 위협한 적이 종종 있어 친구들은 A씨를 피했지만 동생은 그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하면서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폭력 행위로 불기소된 전력이 여러 건 있고, 도망치는 피해자를 쫓아가 추가로 범행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A씨는 최후진술에서 무릎을 꿇은 뒤 "저랑 가장 친한 친구였던 피해자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며 "피해자 유족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1심 재판부는 "술에 취해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피해자를 흉기로 찔렀고, 피해자가 많은 양의 피를 흘리며 도망가는데도 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죄질이 무겁다"며 A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선 징역 12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인 점,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를 기각, A씨는 징역 12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