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주사 맞고 장애, 보상금 3억 받았지만 부족"...대법원 판단은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10.23 09:15

"보상금 이미 받았어도 질병 악화됐다면 추가 청구 가능"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중증 장애를 얻어 국가에서 장애 일시보상금을 받았더라도 보상금을 받기 전에 발생한 진료비나 이후 질병이 악화돼 받은 적극적인 치료비는 보상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원고 사망 후 소송을 이어받은 유족 등이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추가진료비 지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처분이 잘못됐다며 취소하라는 판단을 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원고는 2014년 10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은 뒤 길랑-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근력 저하나 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원고는 이후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원고는 질병관리청에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별도의 행정소송을 제기해 보상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이에 질병관리청은 2021년 장애 일시보상금과 진료비·간병비 등 약 3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원고는 보상받지 못한 진료비 약 1억3000만원도 추가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질병관리청은 장애 일시보상금을 받은 경우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한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을 근거로 진료비 추가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원고는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 판결 전 사망했다.

1·2심은 장애 일시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진료비 보상을 제한한 시행령 조항이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으며 피해보상청구권을 침해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원고 사망 후 소송을 이어받은 소송수계인들은 사건을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 법원과 달랐다. 대법원은 시행령 조항 자체는 유효하다면서도 해당 조항은 장애 일시보상금을 받은 뒤에도 계속되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보존적 치료에 한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장애 일시보상금을 받은 뒤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받는 보존적 치료 비용은 일시보상금과 중복될 수 있어 추가 지급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질병이 다시 악화돼 이를 치료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진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질병관리청이 장애 일시보상금을 받기 전에 발생한 진료비와 이후 적극적인 치료에 들어간 진료비까지 구분하지 않고 지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보상 대상이 되는 진료비와 그렇지 않은 진료비를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진료비 지급 거부처분 전체를 취소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예방접종 피해보상청구권은 재산권의 성격을 가지므로 피해자가 사망하더라도 상속인에게 승계된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항소심 판결 선고 전 사망했으며 상속인들이 소송을 이어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소송을 이어받아 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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