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기구 잇단 "인권위 세종 이전 재검토"…등급 하락 우려도

김서현 기자, 김유빈 기자
2026.10.27 15:34

전문가 "간리 정기 심사, 파리원칙 준수 여부 평가해…등급 재심사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국제 인권기구들이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세종 이전 계획에 잇따라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권위의 세종 이전이 향후 인권위의 등급 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27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간리·GANHRI)과 아시아태평양국가인권기구포럼(APF) 의장은 지난 22~23일 이재명 대통령과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각각 서한을 보내 인권위 세종 이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추진 취지를 존중한다면서도 결정 과정을 두고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접근성 보장을 강조하는 'UN 파리원칙'을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결정에 앞서 인권위와의 실질적인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등 44곳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내년 상반기 우선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독립기관인 인권위의 지위와 역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2012년 1차 세종 이전 당시에도 인권위는 독립기관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다만 인권위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전날 제19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에 관한 인권위 입장 채택의 건'을 비공개로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안건을 다시 상정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인권위의 핵심 업무인 진정·조사의 특성상 세종 이전이 인권침해 피해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기관의 성격에 따라 달리 검토해야 한다"며 "수도권에 인구와 진정 사건이 집중된 상황에서 세종으로 이전하면 진정인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사무소를 설치해 온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이전하더라도 대규모 서울사무소 설치가 불가피해 이전 효과는 크지 않고 비효율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인권위는 시민단체와 인권침해 피해자를 직접 만나 조사·상담하는 기관으로 인구가 밀집한 곳에 위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시민사회의 접근성은 국제 기준인 파리원칙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얀마도 주요 국가기관을 수도 네피도로 이전했지만 국가인권기구는 인구가 많은 양곤에 남겨뒀다"고 덧붙였다.

인권위가 오는 11월9일부터 20일까지 간리의 정기 승인심사를 앞두고 있어, 이번 사안이 인권위의 독립성·기능성 평가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현재 인권위는 유엔 파리원칙을 준수하는 기관에 부여되는 최고 등급인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박 교수는 "간리의 이전 재검토 요청은 무게감이 매우 큰 조치"라며 "등급 심사는 파리원칙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절차인 만큼 세종 이전 방침이 파리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이어져 등급 재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 역시 "세종 이전 문제가 등급 재심사에 직접적인 결정타가 되지 않더라도 진정인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전 추진은 정부가 인권위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며 "독립성과 기능에 대한 평가에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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