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주말 저녁 음식점을 예약했다가 사정이 생겨 방문하기 어렵게 됐다. 예약 시간 전에 취소 의사를 알렸지만 음식점은 예약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B씨는 음식점을 예약해 놓고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음식점은 B씨에게도 예약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예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걸까.
두 사람 모두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법적으로는 다른 상황이다. 예약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알리는 예약 취소와 취소나 변경 통보 없이 예약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예약 부도(노쇼)는 상황에 따라 예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노쇼가 발생하면 음식점은 손님이 올 것으로 예상해 좌석과 식재료를 준비했는데도 다른 손님을 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예약 인원에 맞춰 식재료를 준비하는 음식점은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피해를 고려해 2025년 12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하고 음식점의 예약 취소와 예약 부도에 따른 위약금 기준을 정비했다.
개정 기준은 음식점을 일반 음식점과 예약 기반 음식점으로 나눠 적용한다. 예약 기반 음식점은 오마카세·파인다이닝처럼 사전 예약에 따라 식재료와 음식을 준비하는 음식점을 말한다. 예약에 맞춰 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일반 음식점과 다른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예약 기반 음식점은 취소 시점에 따라 환급 기준을 세분화했다. 약정한 이용 시점보다 24시간 이전에 취소하면 예약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용 시점 24시간 전부터 1시간 전까지 취소하면 예약보증금의 50%를 환급받고, 이용 시점까지 1시간이 채 남지 않은 경우에는 25%를 환급받는 기준이 적용된다. 예약 부도라면 예약보증금 전액이 위약금으로 처리될 수 있다.
일반 음식점은 약정한 이용 시점보다 1시간 이전에 예약을 취소하면 예약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반면 이용 시점까지 남은 시간이 1시간 이내인 경우에는 예약보증금의 25%만 환급받는 기준이 적용된다. 예약 부도의 경우에는 예약보증금 전액이 위약금으로 처리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예약보증금에도 상한이 있다. 일반 음식점은 총이용금액의 20% 이하, 예약 기반 음식점은 40% 이하로 예약보증금을 정해야 한다. 예약 취소나 예약 부도로 발생하는 위약금이 이미 받은 예약보증금보다 적다면 음식점은 그 차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음식점이 이런 기준을 적용하려면 사전 고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음식점은 예약보증금과 위약금 액수, 환급 조건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미리 알려야 한다. 지각을 예약 부도로 간주하려는 경우에도 그 기준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예약 기반 음식점이더라도 음식점 유형과 위약금 기준 등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일반 음식점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분쟁이 생겼을 때 합의나 권고를 위한 기준일 뿐이므로 실제 분쟁에서는 예약 당시 안내받은 약관과 위약금 조건, 취소 시점, 사전 고지 여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음식점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비자분쟁조정이나 민사 소송 등 별도의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