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등 국제 기술표준에 쓰이는 표준필수특허(SEP)를 둘러싸고 각국 법관과 전문가들이 분쟁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특허권자의 과도한 사용료 요구 등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소송을 해결할 방안 등이 주로 논의됐다.
4일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특허법원·지식재산처 국제 콘퍼런스의 첫 세션은 'SEP·FRAND와 국제분쟁'을 주제로 마련됐다.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는 표준특허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발언자로 나선 리처드 아널드 영국 항소법원 판사는 적정한 계약 조건을 먼저 정한 뒤 당사자가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용료는 비교 가능한 기존 계약을 참고하되 특허권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마티아스 지간 유럽통합특허법원(UPC) 뮌헨 지역부 재판장은 이용 기업의 실제 협상 태도를 강조했다. 계약하겠다는 말뿐 아니라 반대 제안이나 담보 제공 여부, 협상을 지연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이이팅 중국 최고인민법원 판사는 특허침해 금지명령을 내릴 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허권자의 잘못으로 협상이 실패했는지 이용 기업이 부당하게 계약을 미뤘는지 등을 고려하고 금지명령은 최후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금지명령은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만들거나 팔지 못하도록 법원이 명령하는 것을 의미한다.
파비안 호프만 독일 연방대법원 판사는 각국 법원이 정하는 사용료가 서로 다른 문제를 다뤘다. 또 각국이 서로 정한 요율을 존중하고 후속 판결에 따라 사용료를 조정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호르헤 콘트레라스 미국 유타대 교수는 과도한 사용료 요구와 이용허락 거부 등 쟁점을 소개했다. 이용 기업들이 공동으로 사용료를 협상하는 방식도 구매자 담합 문제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협상은 비용을 줄이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지만 구매자들이 사용료를 낮추기 위해 담합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이 히로아키 일본 지식재산고등재판소 판사는 법관과 실무가가 참여하는 도쿄지방법원의 조정 절차를 소개했다. 양측의 사용료 제안과 근거를 검토해 6개월 내 세 차례 기일 안에 합의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기수 특허법원 판사는 한국형 표준특허 소송 가이드라인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글로벌 계약 조건을 어디까지 판단할지, 특허침해와 사용료 문제 중 무엇을 먼저 심리할지 등이 검토 대상이다.
요컨대 법원이 특허침해여부를 먼저 판단하게 된다면 사용료 부분을 따질 필요가 없어지게 되지만 계약 분쟁 해결이 늦어질 수 있다. 계약 조건부터 판단한다면 합의를 앞당길 수 있지만 나중에 특허 침해 부분의 판단에 따라 불필요한 심리가 될 수도 있다.
또 법원이 특허권자가 제시한 계약 조건의 적정성까지만 판단한다면 구체적 사용료는 기업의 몫으로 넘길 수 있는데 이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어느 절차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사건에 맞게 정할 수 있는 틀을 검토하자는 논의도 진행됐다.
특허법원은 2015년부터 매년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를 열었는데, 올해 최초로 특허법원과 지식재산처가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이숙연 대법관이 참석해 축사와 기조연설을 했다. 한규현 특허법원장과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 계승균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