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이정현이 27점을 폭발시키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도, 대표팀 에이스 이현중도 이정현의 활약을 반겼다.
한국은 4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2026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필리핀과 홈경기에서 81-55로 완승했다.
이번 평가전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경기력과 컨디션을 최종 점검하는 실전 모의고사다. 한국은 오는 6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필리핀과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승리의 중심에는 이정현이 있었다.
2025~2026시즌 KBL 정규리그 국내선수 최우수선수(MVP)인 이정현은 이날 27점을 몰아치며 양 팀을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3점슛을 무려 7개나 터뜨리며 폭발적인 외곽슛 감각을 자랑했다.
부상 복귀 이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었던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반가운 활약이었다.
사령탑도 이정현을 향해 강한 칭찬을 쏟아냈다. 경기 후 마줄스 감독은 "정말 좋은 선수"라며 "부상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다. 진천에도 조금 늦게 합류했고 일본과 평가전에서는 뛰지 않았다. 이후 곧바로 경기에 나서야 했는데도 이정현이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다.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많은 득점을 올렸다는 점만 높게 평가한 것도 아니었다. 마줄스 감독은 "우리 팀의 포인트가드는 패스도 해야 하고 슛도 해야 한다. 팀을 위해 경기 운영까지 해야 하는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현은 슛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잘해줬다. 세컨드 찬스가 났을 때 마무리하는 모습도 좋았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이정현은 자기만의 리듬과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잘해주고 있다"며 "이정현을 많이 믿고 있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현중 역시 이정현의 활약을 누구보다 반겼다. 그는 "아직 보완할 점이 있어서 아쉬움도 남는 경기였다"면서도 "정말 기분 좋았던 것은 이정현 형이 리듬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일본과 A조에 속해 8강 진출에 도전한다. 오는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 뒤 11일 인도네시아, 13일 일본을 차례로 상대한다.
대회를 앞두고 이정현이 제 컨디션을 되찾고 있다는 것은 대표팀에 큰 호재다. 상대 수비가 이현중에게 집중될 경우 이정현까지 확실한 득점원으로 힘을 보탠다면 한국의 공격 선택지는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
특히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은 이정현이 득점뿐 아니라 패스와 경기 운영까지 책임진다면 대표팀 전체의 부담도 줄어든다.
이정현뿐만이 아니었다. 필리핀전에서는 여러 선수가 고르게 뒤를 받치면서 한국이 경기 내내 좋은 흐름을 유지했다.
특히 문유현이 2쿼터 필리핀이 추격할 때마다 득점을 올리며 흐름을 끊는 등 8점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원석도 10점을 기록했고, 어린 선수 에디 다니엘도 7점 4리바운드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현중은 "이원석과 문유현, 에디 다니엘, 장재석 등 벤치에서 나온 선수들도 각자 역할을 잘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가 슛을 넣지 못할 때 다른 선수들이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경기처럼 팀 전체가 흐름을 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정현 형이 나갔을 때는 문유현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저도 부담이 없었고 마음이 편했다. 즐겁게 뛰었다. 덕분에 리바운드도 잘 잡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현중은 이날 득점에서는 6점에 그쳤지만 무려 1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다른 방식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마줄스 감독 체제에서 한국 남자농구는 그동안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필리핀전 전까지 공식전 성적은 2승6패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2027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꺾은 데 이어 필리핀과 평가전에서도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대표팀의 핵심 자원 이정현까지 부상 복귀 이후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팀에 더없이 반가운 신호다. 마줄스 감독과 이현중이 이정현의 활약을 반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