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이제야 털어놓은 속내 "이물질 징계 감경, MLB 데뷔보다 더 의미 커"

잠실=박수진 기자
2026.09.05 07:11
고우석은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1081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 7월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 겪었던 이물질 논란에 대해 땀과 로진이 엉겨 붙은 것일 뿐 불법 물질을 쓴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항소하여 징계 감경을 이끌어낸 고우석은 오명에서 벗어난 기쁨이 메이저리그 데뷔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4일 이번 시즌 KBO 첫 세이브를 수확한 고우석이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박수진 기자
LG에 복귀한 고우석이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 경기 9회초 1점차 리드상황에서 등판해 무실점을 기록하며 세이브를 올렸다. 수훈선수 인터뷰 주인공도 고우석이다. /사진=강영조 cameratalks@

고우석(28·LG 트윈스)이 기다렸다는 듯 오른손을 내밀며 마이너리그 소속 시절 묻어뒀던 억울함을 쏟아냈다. 지난 7월 해당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고우석은 '이물질 논란'의 뒷이야기를 덤덤하지만 단호하게 털어놓은 것이다.

고우석은 4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서 4-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 승리를 지켰다. 2023년 9월 19일 광주 KIA전 이후 무려 1081일 만에 추가한 세이브이자, 개인 통산 140호 세이브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고우석은 "결과가 잘 나와서 다행이다. 설마 복귀하자마자 1점 차 어려운 상황에 나가게 될까 상상했는데 그대로 됐다"며 "내가 잘 막았다기보다 앞서 경기를 잘 풀어준 야수들 덕분에 이런 기회가 왔다"고 공을 돌렸다.

이날 9회초 선두타자 르윈 디아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던 고우석은 김광삼 투수코치와 포수 박동원이 마운드에 올라온 뒤 주 구종을 커터(슬라이더)로 전환하며 양우현, 류지혁, 강민호를 차례로 돌려세웠다고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첫 타자 이후 코치님이 올라오시며 구종을 바꾸자고 하셨는데 딱 내 생각과 같았다. 커터로 손끝 감각을 조율하면서 포심 패스트볼 궤적까지 되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에 대한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자연스럽게 화제는 그가 끼고 나온 '새 글러브'로 옮겨갔다. 고우석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7월 26일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세인트폴 세인츠 소속으로 구원 등판하려던 중 글러브 이물질 검사에서 걸려 퇴장당하고 1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퇴장 직후에도 억울함을 숨기지 않았던 고우석은 SNS로도 "올해 초부터 쓰며 땀과 로진이 가죽에 엉겨 굳은 것일 뿐,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부터 매 경기 써온 글러브로 어떠한 불법 물질도 쓴 적이 없다"고 강하게 결백을 호소했으나, 징계를 소화하고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해당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직접 입을 열 기회는 없었다.

고우석은 직접 글러브를 보여주며 "보통 이물질 적발은 투수 손을 만져서 끈적임이 나오면 어디에 숨겼는지 글러브 등을 찾는 과정으로 간다"며 "그런데 내 손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글러브 입구 가죽 쪽에 묻은 걸 보더니 '끈적한 물질(sticky stuff라고 고우석이 표현함)'이라며 퇴장과 징계를 주더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억울함에 주저앉지 않고 즉각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의 소속사와 선수노조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정식 항소했고, 결국 징계는 10경기에서 8경기로 2경기 감경됐다. 메이저리그가 이물질 단속을 대폭 강화한 이래 투수가 항소를 통해 징계 감경을 끌어낸 것은 역사상 고우석이 최초다.

자칫 평생 따라다닐 뻔했던 '부정 투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안이었다. 고우석은 "동료 중에도 항소했다가 기각된 경우가 있었는데, 아무도 징계를 줄인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징계 감경을 받아냈을 때의 기쁨은 메이저리그 데뷔보다 더 의미가 컸다. 솔직히 메이저리그 데뷔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가 SNS에서 강조했던 야구 인생의 자존심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공정함'을 증명해 냈기 때문이다.

힘겨웠던 미국 생활과 억울했던 누명의 터널을 지나 다시 친정팀 마운드에 선 고우석. 1점 차 복귀전 세이브와 함께 비로소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낸 그의 시선은 다시 LG의 가을을 향하고 있다.

LG에 복귀한 고우석이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 경기 9회초 1점차 리드상황에서 등판해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지켜내고 있다. 고우석은 140세이브를 달성했다. /사진=강영조 cameratalks@
트리플A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고우석. /사진=세인트폴 세인츠 구단 공식 SNS
투구하는 고우석. /사진=세인트폴 세인츠 구단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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