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빌려주실 분" 교민에 SOS까지.... 일본 아시안게임 '숙소 파행'

김희정 기자
2026.09.20 12:30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사흘 앞둔 16일 일본 나고야항에 선수단 숙소로 사용되는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19일 밤 공식 개막했지만, 개막 직전까지 선수단 숙소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며 파행을 겪었다. 특히 약 500명의 선수를 파견한 인도 선수단은 호텔 객실이 부족할 경우에 대비해 현지 교민 가정에 선수를 맡기는 비상 계획까지 마련했다.

일본 조직위원회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별도의 선수촌을 짓지 않았다. 대신 참가자들을 나고야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약 4000명), 목조 컨테이너형 오두막(약 2000명), 아이치현 일대 호텔로 나눠 수용했다. 당초 1만5000명으로 예상했던 참가 인원이 신규 종목 추가로 1만7000명까지 늘면서 숙소 부족 사태가 빚어졌다.

컨테이너 숙소를 둘러싼 불만은 각국에서 쏟아졌다. 정재용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은 AFP에 "키가 2m가 넘는 선수들은 침대에서 다리도 펼 수 없다"며 이번 대회 숙박 환경을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변준형은 컨테이너 숙소 누수 영상을 자신의 SNS에 "살려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올리기도 했다. 지난주 나고야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선수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사흘 앞둔 16일 일본 나고야항에 선수촌으로 쓰이는 대형 여객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정박해 있다. /사진=뉴스1

이런 혼선은 개최국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선수단 부단장 미즈토리 히사시는 일부 선수와 코치, 관계자가 같은 방에 배정된 사례가 있었다고 밝히며 대안 숙소 확보를 검토했다. 중국은 셔틀 버스 부족으로 배드민턴 대표팀 이동에 차질을 빚자, 현지 총영사관이 교민들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 소식은 중국판 SNS 웨이보에서 940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됐다.

크리켓 등 일부 종목만 호텔이 배정돼 종목 간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숙소 논란과 별개로 개막 환영 행사에 조선 침략의 주역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재현한 공연자가 등장해 한국 올림픽위원회가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 가운데 인도 선수단은 이미 일부 선수를 컨테이너 숙소에서 호텔로 옮긴 상태에서, 향후 객실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교민 가정을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준비했다. 인도올림픽위원회(IOA) 재무담당이자 이번 대회 인도 대표단장인 사데브 야다브는 AFP에 "이곳 선수들을 위해 호텔을 예약해뒀다"면서도 "호텔 객실이 부족해지면 인도 가정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선수들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일 인도대사관이 나고야 지역 약 2000가구의 교민과 접촉했고, 이 중 일부가 실제로 도움을 줄 준비를 마쳤다고 전해졌다.

숙소 문제로 개막 전부터 몸살을 앓았던 아시안게임은 이날 늦게 공식 개막식을 갖고 본격적인 대회 일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회 기간 내내 선수단 숙소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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