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증시 호황은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수수료 사업의 브로커리지 쏠림도 더 키웠다. 3분기 들어 국내 주식 거래가 둔화하면서 증권사들의 승부처는 '많이 거래시키기'에서 '적게 거래해도 안정적으로 벌기'로 옮겨가고 있다.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트레이딩·자기자본투자(PI),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등 '포스트 브로커리지' 수익엔진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1일 각 증권사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순이익 상위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 모두 상반기 수수료수익에서 수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동기보다 상승했다.
NH투자증권은 44.3%에서 62.9%로 18.6%p(포인트) 높아져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35.4%에서 46.8%로 11.4%p, 미래에셋증권은 65.7%에서 74.9%로 9.2%p 상승했다. 키움증권은 65.3%에서 72.1%로 6.8%p, 삼성증권은 63.7%에서 68.9%로 5.2%p 높아졌다. 모두 연결 기준 수수료수익과 수탁수수료수익을 토대로 계산했다.
대형사들이 수익 다변화를 추진해왔지만 상반기에는 다른 수수료 사업보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더 빠르게 늘면서 수수료 사업 내 쏠림이 심해진 셈이다. 그러나 상반기의 브로커리지 호황이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분기 들어 국내 거래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WM이 브로커리지 다음의 공통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잔고 기반 수수료 손익으로 구조 전환 중"이라고 분석했다. 거래수수료 중심에서 고객 자산을 기반으로 한 반복 수수료 수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업체별 포스트 브로커리지 전략과 과제는 다르다. 삼성증권은 WM 확대가 두드러진다. 상반기 금융상품 판매수익은 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2.5%, 랩 판매수익은 821억원으로 494.1% 늘었다. 상품운용손익 및 금융수지도 7288억원으로 20% 증가했다. 다만 WM 수익 규모는 아직 브로커리지에 미치지 못한다. 고객자산을 기반으로 한 반복 수익을 브로커리지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키우는 것이 과제다.
미래에셋증권은 WM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 PI를 함께 가져가는 구조다. 상반기 WM 부문 영업이익은 1조1437억원, S&T는 3934억원, PI 및 기타는 2조8229억원이었다. 다만 WM에는 증권 중개가 포함돼 순수 자산관리 수익으로 볼 수 없고, PI와 S&T는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 다양한 수익원을 갖춘 만큼 이를 시장 상황에 덜 좌우되는 경상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NH투자증권은 운용과 이자수익이 브로커리지를 보완한다. 상반기 순영업수익 2조2603억원 가운데 운용손익 및 관련 이자수지가 8315억원(36.8%)으로 브로커리지 7950억원(35.2%)보다 많았다. 반면 금융상품 판매는 1259억원(5.6%), IB는 2055억원(9.1%)이었다. 운용·이자수익 역시 시장·금리·신용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WM과 IB 등 수수료 기반 수익원을 함께 키우는 것이 과제다.
한국투자증권은 순영업수익 기준 브로커리지 25.2%, 자산관리(AM) 10.7%, IB 10.7%, 트레이딩 29.8%로 수익원이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산돼 있다. 다만 가장 비중이 큰 트레이딩은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있고 IB도 딜과 신용 사이클의 영향을 받는다. 이미 갖춘 다변화된 사업구조를 안정적인 반복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키움증권은 과제가 가장 뚜렷하다. 상반기 국내주식 리테일 시장점유율이 25.3%에 달하는 강력한 거래 고객 기반을 갖췄지만 수수료수익 중 수탁수수료 비중도 72.1%로 5개사 가운데 높은 수준이다. 브로커리지 고객을 WM 고객으로 전환해 자산관리 수익의 절대 규모를 키우는 것이 핵심 과제다.
발행어음과 IMA도 대형사들의 새로운 수익엔진이지만 사업 확대만으로 수익 안정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조달·운용 규모가 커질수록 신용·유동성 위험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포스트 브로커리지 경쟁은 수익원을 몇 개 갖고 있느냐가 아니다"라며 "각사가 가진 취약한 수익구조를 얼마나 보완해 시장 상황에 덜 흔들리는 반복 수익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