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국내주식·해외주식·펀드·연금 등 투자 목적에 따라 증권사를 나눠 쓰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보유 자산까지 옮기는 '골라타기'(골라쓰기·갈아타기)가 확산하고 있다. 한 증권사에 투자자산을 몰아두던 '주거래 증권사'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증권사들의 리테일 경쟁도 계좌 유치에서 고객 자산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수수료와 환전 조건뿐 아니라 투자상품, 거래 편의성, 세금 계산방식, 각종 이벤트 등을 비교해 증권사를 나눠 이용하고 있다. 국내주식은 A증권사, 해외주식은 B증권사, 연금이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C증권사를 이용하는 식이다. 조건이 더 좋은 증권사를 찾으면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이나 계좌까지 옮기는 사례도 나타난다.
이 같은 투자 행태는 증권사별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국내주식 리테일(개인) 시장점유율 25.3%로 업계 1위다. 개인투자자의 국내주식 거래대금 4원 중 1원가량이 키움을 거친 셈이다. 하지만 펀드로 가면 순위가 뒤집힌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 7월 말 기준 키움증권의 개인 공모펀드 판매잔액은 3181억원으로 증권사 중 16위다. 한국투자증권은 6조5876억원으로 키움의 20.7배에 달했다.
해외주식과 연금에서는 또 다른 강자가 등장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주식과 연금에서 업계 최대 규모의 자산을 관리한다. 해외주식 자산은 지난해 10월 50조원을 넘어섰고 연금자산은 올해 6월 말 80조8100억원에 달했다.
해외주식 거래에서는 토스증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토스증권을 통한 외화증권 위탁매매 금액은 약 367조원으로 업계 1위였다. 시장점유율은 21.6%에 달했고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도 업계 1위를 기록했다. 국내주식은 키움, 개인 공모펀드는 한국투자, 해외주식 거래는 토스처럼 투자처에 따라 강자가 달라지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나눠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산까지 옮긴다. 한 개인투자자는 키움증권에서 거래하던 해외주식 5종목을 삼성증권으로 타사대체 출고했다. 주식을 팔고 다시 산 것이 아니라 보유주식 자체를 다른 증권사 계좌로 옮겼다. 수수료와 타사대체 입고 혜택 등을 비교한 결과였다.
국내주식 거래 수수료를 비교한 뒤 일반 주식과 연금저축, ISA를 다른 증권사로 옮긴 투자자도 있다.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편의성과 이벤트 혜택을 따져 ISA를 이전하거나 해외주식 양도차익 계산방식 차이 때문에 증권사 이동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증권사들도 움직이는 고객을 붙잡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다른 증권사에 있는 국내·해외주식을 가져오면 이전 금액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는 타사대체 입고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리테일 경쟁이 신규 계좌를 만드는 고객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경쟁사에 있는 고객 자산까지 가져오는 쪽으로 전선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계좌 하나를 유치했다고 해서 고객의 투자자산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졌다. 한 고객을 독점하는 주거래 증권사 경쟁에서 고객의 전체 투자자금 가운데 더 많은 몫을 차지하는 '지갑점유율'(share of wallet) 경쟁으로 증권사들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