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2% 넘게 급락하고 서킷브레이커가 4차례나 발동한 지난 7월에도 국내 증권사들의 종목 투자의견은 '매수'에 극단적으로 쏠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증권사 10곳 중 9곳은 매도 의견이 전무했고 10개사의 매수 의견 비중은 평균 95.2%에 달했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으로 투자의견의 적중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상승장과 급락장을 가리지 않고 매수 일색인 국내 증권사의 투자의견이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변별력을 주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1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2026년 7월 국내 10개 증권사 투자의견 리포트 현황'에 따르면 종목 매수 의견 리포트 비중은 대신증권 98.8%, 하나증권 98.7%, 키움증권 98.3% 등으로 100%에 육박했다. 매수 의견 비중이 가장 낮은 한국투자증권도 89.5%에 달했다.
반면 매도 의견은 사실상 '제로'였다. 10개사 가운데 매도 의견이 있는 곳은 키움증권 한 곳으로 비중도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9개사는 매도 의견이 한 건도 없었다. 중립·보유 의견 비중도 한국투자증권이 10.5%로 가장 높았을 뿐 나머지 9개사는 한 자릿수였다.
이 같은 매수 의견 쏠림은 극심한 증시 변동 속에서 나타났다. 코스피는 7월 한 달간 22.19% 급락했다. 한 달 동안 코스피 서킷브레이커가 4차례, 사이드카가 15차례 발동되는 등 유례없는 변동성을 보였다.
기간을 넓혀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의견 비중은 80~100%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의 투자의견 분포는 확연히 달랐다. 맥쿼리증권은 매수 50.7%, 중립 27.5%, 매도 21.7%였고 메릴린치 서울지점도 각각 56.1%, 22.5%, 21.4%였다. 국내 증권사와 달리 외국계는 매수·중립·매도 의견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국내 증권사의 매수 편향은 오랫동안 심화돼왔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00~2024년 국내 애널리스트 리포트 약 74만건을 분석한 결과 매수·적극매수 의견 비중은 2000년대 67.3%에서 2010년대 89.6%로 높아졌고 2020~2024년에는 93.1%로 더 올라갔다. 김 위원은 2010년대 이후 한국의 매수 편향이 매우 극단적이며 장기적으로 고착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상승장뿐 아니라 극심한 급락·변동장에서도 매도 의견이 사라지고 외국계 증권사와도 큰 차이가 난다면 매수·중립·매도라는 투자의견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신호를 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은 "주가가 우상향할 때나 극심한 변동성을 겪는 때나 국내 증권사의 투자의견이 별 차이 없이 '닥치고 매수' 일색인 것은 변별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며 "주가 전망에 증권 전문가가 무용함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 리포트의 매수 의견 편중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리서치 부서 독립성 강화 △애널리스트 평가 때 영업 부문의 과도한 영향력 배제 △매도 의견 작성자 성명 기재 선택 허용 등 리서치 제도 종합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