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수급에 대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최근 우량인 AA 기업 수요예측에서 등급 전망에 따라 발행 조건이 엇갈렸다. AA등급권에서 전망이 '안정적'인 현대트랜시스와 SK는 개별 민간 채권평가사 평균금리(민평금리)보다 낮은금리에서 목표액 대비 5배 가까운 주문을 확보했다. 반면 동일 등급권에서 '부정적'인 SK지오센트릭은 두자릿수 오버금리(민평금리 상회·+25~40BP)로 정해졌다.
1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에 등급전망이 '안정적'인 현대트랜시스는 지난달 30일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 모집에 75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금리는 개별 민간 채권평가사 평균금리(민평금리) 대비 2년물 -(마이너스)3bp(1bp=0.01%포인트), 3년물 -1bp로 정해졌다.
AA등급권 최상단인 AA+ 신용등급(등급전망 안정적)인 SK도 지난달 29일 실시한 수요예측 결과 1500억원 모집에 7200억원 주문이 들어왔다. 발행 조건은 3년물과 5년물이 각각 민평 대비 -4bp, -2bp로 정해졌다.
반면 신용등급 AA-에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SK지오센트릭은 지난달 15일 수요예측(700억원 모집·1400억원 주문)에서 금리가 민평금리 대비 2년물 +25bp, 3년물 +40bp에서 형성됐다. 시장이 SK지오센트릭 신용등급이 실제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등급 하락 가능성을 선반영한 것으로 본다.
신용평가사는 향후 1~2년 내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을 때 '부정적' 전망을 제시한다. 신용평가업계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과 재무안정성 저하를 SK지오센트릭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IB업계는 SK지오센트릭이 모집액의 2배 주문을 받은 배경으로 최근 회사채시장의 발행 물량 부족 현상을 거론한다. 8월 비수기 등에 따라 발행 자체가 적었던 탓에 AA등급군 등 우량 회사채 수요가 뒷받침됐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은 벤치마크(운용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지수)를 맞추기 위해 일정 수준의 회사채 등 신용채권(크레딧물)을 투자자산에 편입해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고금리 채권을 찾는 리테일(개인투자자) 수요를 의식해 증권사가 셀다운(재매각) 방식으로 인수할 수도 있고 기관투자자 간 거래로 수익을 보전할 수도 있다"며 "다만,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증권사들이 장부상 평가손실을 입는 경우가 나타나 적극적 인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경로 불확실성에 따라 회사채 발행 시점과 규모에 대한 각사의 판단이 엇갈린다. 오는 2027년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을 의식해 회사채를 지금 조달하자는 인식도 있지만 현재 금리가 너무 높아 연초 효과를 기대하며 상황을 관망하자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미국발 금리 상승세가 4분기에도 이어지면 연말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한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위등급(AA-이상) 기준 회사채 시장에 대해 "추석연휴기간에 미국채 10년금리가 5%대에 안착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연말시점을 앞둔 국내 채권시장 및 크레딧(회사채)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며 "4분기 연말장세로 진입하는 시기임을 감안해볼때 올해 연말장세 또한 녹록지 않게 전개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