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큰 충격줄 수도"…美 '블루웨이브', K반도체에 불똥?

김지현 기자
입력 2026.11.04 14:57 수정 2026.11.04 15:21
톰 오를릭 블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10일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2026 미국 중간선거 및 거시 전망 웨비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지현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블루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동시 장악) 가능성이 높지만 연방 차원의 AI(인공지능)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커진 만큼 주정부가 건설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예상도 뒤따랐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면 국내 반도체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미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톰 오를릭 블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2026 미국 중간선거 및 거시 전망 웨비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더라도 국가 차원의 AI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주지사들은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에 영향을 미치도록 정책을 바꿀 권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를릭 수석은 영국 재무부와 IMF(국제통화기금)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베이징 특파원 등을 두루 거친 거시경제·통화정책 전문가다.

/사진제공=블룸버그

오를릭 수석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상대로 상·하원 모두 압승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베팅시장 예측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확률은 90% 이상, 상원은 70% 이상이다. 그는 민주당 우세의 이유로 물가를 꼽았다. 오를릭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정책으로 물가가 올랐다"며 "무역 전쟁과 미·이란 전쟁, AI 혁명이 고물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무역 전쟁과 미·이란 전쟁으로 각각 수입 물가와 휘발유 가격이 올랐고, AI 혁명으로 메모리 칩 가격이 뛰면서 PC·모바일 기기 값도 올랐다는 게 근거다.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전기·수도요금 부담도 커졌다.

오를릭 수석은 이 같은 선거 결과가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공화당이 백악관을 차지하는 교착 상태에서는 정책과 규제, 세금이 새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다. 그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치러진 중간선거 뒤 1년간 미국 S&P500 지수는 매번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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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I 산업의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통으로 우려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역 전기·수도요금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투자자들 역시 'AI'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곧바로 열광하기보다 이제는 AI 수익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중간선거가 AI 혁명을 극단적으로 낙관하기보다 균형 있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를릭 수석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서 계획된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이번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주에 있다"며 "민주당 주지사가 늘어나거나, 공화당 주지사들도 유권자들이 데이터센터를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받아들인다면 건설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늦어지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문과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오를릭 수석은 AI 설비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 증시가 20% 하락하고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돼 데이터센터 투자가 1년간 중단되는 상황이라면 한국과 대만이 큰 경제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가 AI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국인 만큼 시장이 급격히 조정받으면 충격도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합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를릭 수석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경제정책을 추진하기보다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민간기업 지분 취득과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 합의도 엄격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선거 이후 관세 정책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은 작게 봤다. 오를릭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특정 국가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중간선거가 다시 강력한 관세 조치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권효성 블룸버그 한국·대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대만의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한 만큼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미 투자 확대 압박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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