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음악을 만드는 외주 작곡가가 생성형 AI를 썼다면 그 사실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게임사가 이를 모르고 납품받으면 플랫폼 신고와 저작권 검증에 구멍이 생긴다. 이 위험을 납품 이후가 아니라 제작 단계부터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계약서에 나타났다.
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게임 프로젝트의 음악 외주계약에 '생성형 AI를 쓸 경우 발주사와 미리 협의하도록 하는 조건'이 반영됐다. AI로 만든 결과물에 저작권 문제가 생기면 외주사가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AI를 쓰지 않는 것은 게임음악 업계에서 '불문율'로 통했지만 계약조건에 명시된 사례는 드물다.
기존 계약은 납품된 음악이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은 순수 창작물'임을 외주사가 보증하는 형태였다. 어떤 도구로 만들었는지보다 결과물에 문제가 없는지를 따지는 구조다. 새 조건은 관리 시점을 결과물에서 제작 과정으로 앞당겼다. 알리지 않으면 최종 음원만으로는 AI 사용 여부를 가려내기 어려워서다. 게임사가 AI 사용 사실을 미리 알면 그 결과물을 받을지, 사람이 다시 만들게 할지, 권리 검증을 더할지 판단할 수 있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 스팀의 정책이 이러한 변화를 압박한다. 스팀은 개발 과정에서 AI 도구로 만든 아트·코드·음향을 '사전 생성 AI 콘텐츠'로 분류하고, 개발사가 그 사용 내용을 설명하도록 한다. 스팀에 제출한 답변은 출시 전 게임 빌드와 대조된다. 외주 작곡가가 AI 사용을 알리지 않으면 게임사는 제작 방식을 모른 채 플랫폼에 AI사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셈이다. 출시 직전 문제가 드러나면 음악 교체와 재검수로 일정이 밀린다. 출시 후에 확인되면 손실은 더 커진다. 저작권 분쟁으로 번져 판매 중단까지 갈 수 있다.
아직 업계 표준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게임사 두 곳 모두 음악 외주계약에 AI 금지나 사전고지 조항을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AI 결과물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은 외주사와 공유하고 있었다. A게임사 관계자는 "외주사가 AI를 쓴다면 굳이 외주를 맡길 이유가 없다. 우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외주를 주는 건 특정 작곡가의 색깔과 프로젝트에 맞춘 수정 능력이 필요해서"라고 말했다.
불문율이 계약으로 옮겨가면 작곡가가 제출해야 할 것들이 달라진다. 음악 파일뿐 아니라 어떤 AI 도구를 어느 단계에서 썼는지, 결과물에 얼마나 반영했는지, 작업기록과 원본을 보관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책임 범위도 쟁점이다. 학습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AI 서비스에서 비롯된 문제까지 개인 작곡가가 떠안는다면 협상력이 약한 창작자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지게 된다.
외주계약에 새로 생긴 조건이 게임사가 'AI를 금지했다'는 뜻은 아니다. 외주 작곡가의 작업 방식이 플랫폼(스팀 등) 신고와 출시 일정까지 흔들면서, 게임사가 AI를 따로 추적하고 관리해야 할 권리 위험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소규모 게임사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형사 못지않은 개발력을 갖춰간다.
NC AI는 소리의 디자인 과정을 AI 기술로 지원하는 플랫폼 '바르코 사운드'를
게임 음악은 개발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는 분야다. 플레이 타임에 맞춰 반복 재생해야 하는데 곡이 끊기거나 갑자기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설계해야 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음악이 실시간으로 전환되거나 긴장감이 고조되도록 입체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몇 시간씩 들어도 귀가 피로하지 않고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분위기를 살려야 하므로 작업 난도가 높다.
바르코 사운드는 세계 최초로 한 장면에 표현되는 여러 소리를 각각 구분하는 멀티트랙 사운드를 통해 자연스러운 소리의 생성과 정교한 편집이 가능하다. 또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비디오 프롬프트를 분석해 콘텐츠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생성해준다. 또 사용자가 업로드한 샘플을 기반으로 고유한 질감과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다채로운 사운드를 생성해 선택지를 넓혀준다.
'수노'나 '유디오'처럼 가사를 넣으면 보컬이 포함된 곡을 만들어주는 솔루션도 있다. '아이바'는 클래식과 오케스트라, 시네마틱 음악 제작에 특화된 솔루션으로 감정선이나 템포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부미'는 EDM, 힙합, 로파이 등 장르를 선택하면 몇 초 만에 전문가 수준의 곡을 만들어준다. AI를 활용한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이런 솔루션이 늘어나는 추세다.
게임 음악 비용은 AI를 사용하면 기존의 절반도 들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향후 외주 계약을 맺을 때 단가를 깎는 명분이 될 수 있어 노동계의 우려가 크다. 또 외주 업체가 제작한 음악을 게임사가 생성형 AI에 학습시키면 저작권 등 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오현석다라 한국콘텐츠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아직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고용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면서도 "게임 산업의 경우 중간 수준 개발자 및 테스트 인력 수요가 감소하고 데이터 분석 및 AI 전문 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