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는 아꼈는데…AI, 신인 사다리 지우고 출시 리스크 키웠다

제작비는 아꼈는데…AI, 신인 사다리 지우고 출시 리스크 키웠다

김평화 기자, 이찬종 기자
2026.09.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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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게임의 '소리' 두드리는 AI(下)

[편집자주]  발소리와 괴물 울음, OST 등 게임내 소리에도 생성형 AI가 파고든다. 효과음에는 AI 제작도구가 이미 활용중이다. 반면 세계관과 플레이 흐름을 설계하는 음악 OST 적용에는 매우 신중하다. AI가 게임 사운드의 어느 영역까지 들어왔는지, 비용 절감의 이익과 저작권·출시 위험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짚어본다.

AI는 '1등 작곡가'가 아니라 '신인 사다리'를 지웠다

AI가 가른 게임음악 발주시장/그래픽=김지영
AI가 가른 게임음악 발주시장/그래픽=김지영

생성형 AI가 게임음악 시장을 한꺼번에 대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작고 범용적인 일감들은 이미 흔들린다. 대형 지식재산권(IP) 프로젝트는 AI에 여전히 보수적이나 중소·인디 게임과 단순 배경음악에서는 AI로 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20여년간 게임·드라마·애니메이션 음악을 만들어온 진명용 제이엘뮤즈 음악감독은 7일 "메이저 IP나 대형 프로젝트는 단가와 발주 방식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인디 프로젝트에서는 문의가 일부 줄었다. 개발사가 AI로 음악을 먼저 만들어 보고 부족한 부분만 보완해달라고 요청하는 의뢰도 생겼다. 진 감독은 "품질과 브랜드 독창성이 중요한 음악은 정교한 창작을 요구해 오히려 중요성이 커지는 느낌"이라며 "단순 소비형 BGM에서는 AI 대체나 단가 하락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작곡가가 콘셉트부터 작곡·편곡·믹싱까지 한 곡을 통째로 맡았다. 최근엔 발주사가 AI로 시안을 먼저 만들고 작곡가는 편곡과 수정, 음질 보완 등 후반작업만 맡는다. '한 곡 제작'이 AI 초안과 사람의 교정으로 쪼개진 것이다. 보수를 매기기도 어려워진다. AI가 만든 멜로디를 사람이 대폭 고쳤다면 새 작곡인지 편곡인지 경계가 흐릿하다. 저작권을 누가 얼마나 갖는지도 애매하다.

이름난 음악가보다 시장에 처음 들어오려는 작곡가가 먼저 타격을 입는다. 작은 프로젝트와 범용 BGM이 줄면 신진 작곡가가 포트폴리오를 쌓아 대형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통로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AI가 정상급 작곡가를 대체하기보다 시장 아래쪽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내는 형국이다.

게임 음악은 정해진 순서로 재생되는 일반 음원과 달리 이용자의 선택과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전투와 이동, 대화, 장면 전환에 맞춰 반복 구간과 흐름을 설계하고 개발 내내 수차례 고쳐야 한다. 진 감독은 "게임사가 사는 것은 음악 파일 한 개가 아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을 해석하고 계속 소통하며 문제를 풀어낼 파트너의 능력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듯한 한 곡을 만드는 일과 게임 안에서 음악이 작동하게 설계하는 일은 다르다는 얘기다.

글로벌 음원시장에는 AI 음악 공급이 폭증한다. 프랑스 음원 플랫폼 디저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9만곡이 등록되는데 올해 6월중에 AI 생성 음악이 신규 업로드의 50%를 넘어선 날도 있었다. 다만 9만여 곡 중 실제 재생 비중은 1~3%에 그친다. 만들기는 쉬워졌지만 이용자가 고르는 음악이 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뜻이다.

진 감독은 AI가 완성품을 대신 만드는 기계가 아닌 아이디어와 참고자료를 빠르게 내놓는 도구라고 본다. 음악가는 AI가 뱉어낸 결과물 중 프로젝트에 맞는 요소를 골라 기존 제작 시스템에서 다시 짜맞추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경쟁은 AI가 아니라 AI라는 비서를 잘 쓰는 다른 창작자와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만든 발소리도 밝혀야…제작비보다 커질 '출시 리스크'

개발사와 퍼블리셔간 관계/그래픽=김현정
개발사와 퍼블리셔간 관계/그래픽=김현정

#SF 생존게임 '디 얼터스'를 개발한 11비트 스튜디오는 지난해 텍스트(시나리오), 번역 등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실을 스팀(Steam) 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다. 임시 요소를 게임에 적용한 뒤 제거하는 걸 깜빡하는 등 실수였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나 결국 공식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빠르게 발전하는 AI가 의외로 고전하는 분야가 있다. '게임 제작'이다. 게임을 장인 정신으로 빚어내는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이용자들이 AI를 활용한 게임 제작에 반감을 내보여서다. 반대로 개발사와 외주사는 '비용·시간 절감'이라는 단물을 탐낸다. 문제는 그사이에 낀 퍼블리셔가 새 리스크를 감당하게 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은 퍼블리셔(공급사)나 개발사에 AI로 생성한 음향, 이미지, 시나리오 등이 게임에 포함돼 이용자에게 제공되는지 여부를 신고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용자에게 'AI 사용 사실'을 공개하기 위해서다. 내부 아이디어 회의, 폐기된 초안 등에는 AI를 써도 되지만 최종 결과물에서는 제외하라는 소리다.

게임은 개발사가 제작하고 퍼블리셔가 배급·마케팅·운영을 맡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개발사가 직접 퍼블리싱을 하는 경우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같지만, 중소 개발사의 경우 대형 게임사가 퍼블리싱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퍼블리셔가 개발사나 외주사의 제작과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작 과정에서 AI를 사용해도 개발사가 알려주지 않으면 따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퍼블리셔는 'AI 제작 여부 확인'이라는 새 의무를 떠안게 됐다. NC AI 등 게임용 AI 회사는 자사 이미지·음향·시나리오 등을 학습시켜 개발한 AI라 저작권 문제에서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십수년간 게임사 내에 축적한 데이터에 기반한 만큼 안심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플랫폼이 이런 의무를 두는 건 '저작권 보호'만큼이나 '명확한 정보 제공'도 중요한 목적이다. 게임 제작에 AI를 활용했는지 이용자가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소리다. 많은 이용자가 AI 게임 제작에 반감을 갖고 있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퍼블리셔가 AI 사용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추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음원·이미지 교체, 재검수 등으로 출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추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등록된 게임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제작 단가 몇 푼 아끼려다 그보다 큰 출시 지연 비용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업계는 △사용 도구와 단계 △입력자료의 권리 △인간 창작 부분 △생성기록 보관 △문제 발생 시 재제작 주체 △책임 한도 등을 체크리스트로 AI 사용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내 디자인이나 이미지·음향 생성 등은 AI를 초안 작성에만 쓴다. 서브컬처처럼 이용자를 깊게 몰입시키는 장르는 AI로 제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배신감을 느끼는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퍼블리셔 입장에서 개발사·외주사의 AI 이용 내용을 전부 확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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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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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이찬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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