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독감에 독감백신 접종을 서두르려는 사람이 적잖다. 그런데 의사들은 독감과 함께 폐렴도 강력하게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독감 시즌에 폐렴 예방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뭘까.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에게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해 들었다.
Q. 독감과 폐렴 간 어떤 연관성이 있나.
"폐렴은 바이러스가 일으킬 수도, 세균이 일으킬 수도 있다. 독감 자체가 '바이러스성 폐렴'을 직접 일으키기도 하지만(동시 감염), 독감에 걸린 후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에 감염돼 '세균성 폐렴'을 유발할 수도 있다(2차 감염). 이 중 세균성 폐렴의 주요 원인 세균이 '폐렴구균'이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침투하면 상피세포를 손상해 방어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럴 때 폐렴구균 보균자에게서 비말 등을 통해 폐렴구균이 호흡기로 침투하거나, 독감에 걸리기 전 이미 자신의 비인두에 들어와 있던 폐렴구균에 저항하지 못하면 세균성 폐렴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런 폐렴구균 폐렴이 전체 폐렴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Q. 폐렴구균 백신, 누구에게 권장하나.
"△만 65세 이상 고령층 △만성질환자 △흡연자 △생후 2~59개월 소아 등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이들 중 고령층은 면역력이 떨어져 독감·폐렴 모두에 취약하다. 나이가 젊더라도 만성질환이 있으면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한다. 만성질환 중에서도 만성 호흡기질환(만성 폐쇄성폐질환, 천식, 기관지확장증 등), 만성 간질환, 만성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은 전반적인 면역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폐렴 같은 호흡기질환이 생겼을 때 회복이 더디거나 심해질 수 있다. 흡연자는 나이가 젊고 만성질환이 없더라도 호흡기 방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흡연은 폐활량을 떨어뜨리고 기관지 염증을 유발해 호흡기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Q. 폐렴구균 백신 종류가 다양한데.
"폐렴구균 백신을 선택할 때는 포함된 혈청형(항원·항체 반응) 개수, 백신 종류를 함께 봐야 한다. 폐렴구균 혈청형은 약 100가지이며, 혈청형을 몇 개 포함했느냐에 따라 13가·20가·21가·23가 등으로 나뉜다. 또 혈청형이 어떤 항원(다당류·단백질 등)에 반응하느냐에 따라 다당백신(PPSV)·단백접합백신(PCV)으로 구분한다. △PCV20(20가 단백접합백신) 1회 접종 △PCV21(21가 단백접합백신) 1회 접종 △PCV15(15가 다당백신) 접종 후 PPSV23(23가 다당백신) 순차접종 등 세 가지 방식이 권고된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에선 65세 이상 중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23가 다당백신(PPSV23)을 지원한다. 하지만 대한감염학회는 '국가예방접종에 PCV를 추가할 것'을 질병관리청에 권유해왔다. 기존 다당백신보다 폐렴 예방효과 범위가 넓은 데다, 장기 면역 기억이 형성돼 방어력이 더 오래 유지돼서다. 이에 질병청은 2027년 예산안에 '어르신 대상 폐렴구균 국가 지원 백신을 PCV로 전환할 예정임을 밝혔다. 관련 예산이 통과되면 PCV20과 PCV21 모두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원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고위험군이라면 하루빨리 예방 접종하길 권한다."
Q. 기존 접종자도 추가 접종하면 좋나.
"기존에 23가 다당백신(PPSV23)을 접종했다면 20가 단백접합백신(PCV20) 추가 접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또 지난 7월13일 공급 중단된 13가 단백접합백신(PCV13)과 23가 다당백신(PPSV23)을 모두 접종했더라도 1년이 지났다면 PCV20을 접종하는 게 권고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혈청형 상황에선 2024년 국내 허가된 20가 단백접합백신(프리베나20)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기존의 PCV13에서 이어진 사용 경험과 안전성·효과 자료가 충분히 쌓여있어서다. PCV20은 PCV13에 혈청형이 7개 더해진 백신이다. 반면 PCV21은 최근에 나온 백신이어서 상대적으로 사용 경험이 적다는 점이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PCV20과 PCV21을 모두 접종해도 되지만, 비용과 혈청형 일부가 중복된다는 부담은 있다. 그래도 둘 다 접종하겠다면 동시 접종보다는 1년 간격을 두는 게 좋고, 순서는 관계없다. 접종자가 혈청형이나 백신별 차이를 직접 판단하기는 어려우므로, 실제 선택은 주치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