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소음, 지우지 않고 AI가 제어" 싱가포르서 공개된 신개념 보청기

"주변 소음, 지우지 않고 AI가 제어" 싱가포르서 공개된 신개념 보청기

정심교 기자, 싱가포르(싱가포르)=정심교 기자
2026.09.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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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그니아 맥스' 공개한 WSA 아태본부 가보니

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타이셍 스트리트에 있는 WSA(WS Audiology)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를 찾은 아시아 매체 기자들이 이 회사의 보청기 브랜드 '시그니아' 제품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타이셍 스트리트에 있는 WSA(WS Audiology)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를 찾은 아시아 매체 기자들이 이 회사의 보청기 브랜드 '시그니아' 제품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소음을 완전히 지우지 않습니다. 난청 환자는 이제 더 자연스러운 소음 환경에서 선명한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글로벌 보청기 기업 WSA(WS Audiology)가 싱가포르 타이셍 스트리트에 위치한 WSA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에서 개최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신제품 '시그니아 맥스(Signia MaX)'를 공개하며 이렇게 밝혔다.

기존의 보청기는 사람의 목소리를 잘 가려내기 위해 주변 소음을 없애는 방향(노이즈 캔슬링)으로 진화했지만, WSA는 '다른 길'을 택했다. '시그니아 맥스'는 소음을 단순히 지울 대상이 아닌, 자연스레 들려야 할 제어 대상으로 구분한다.

이를 위해 '시그니아 맥스'엔 WSA가 개발한 '음향인공지능'(Acoustic Intelligence)이 녹아있다. 음향 샘플 4000만 개를 학습한 AI(인공지능)의 특화 심층신경망(DNN, Deep Neural Network) 4개가 균형 잡힌 '소음 감쇄' 기능을 제공한다. DNN 4종이 동시에 작동하면서도 각각 △음성 분석 △소음 제어 △본인 음성 처리 △환경 적응 기능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낸다.

이날 미디어 간담회에선 '시그니아 맥스'에 탑재된 최첨단 AI 기술력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행사엔 한국·일본·중국·호주·인도 등 9개국에서 27개 매체 소속 기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미디어 간담회에선 '시그니아 맥스'에 탑재된 최첨단 AI 기술력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행사엔 한국·일본·중국·호주·인도 등 9개국에서 27개 매체 소속 기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먼저 '실시간 대화 강화 AI'는 초당 75% 더 많은 데이터 포인트를 처리해 복잡한 소음 환경에서도 여러 화자의 위치·음성을 실시간 분석해 강화한다. 음성 샘플 150만 개를 학습한 '본인 음성 처리 AI'는 착용자의 고유 음성을 별도 설정 없이 즉시 인식해, 보청기 착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목소리 울림 현상을 줄였다.

또 '주변 청취 환경 적응 AI'는 다양한 청취 환경을 지속해서 분석하고, 초당 최대 8억 개의 파라미터(인공지능 신경망 매개변수)를 최적화해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한다. '다이내믹 소음 제어 AI'는 착용자의 대화 여부와 교통 소음 등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상황에 맞는 소음 감소 수준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싱가포르 타이셍 스트리트에 위치한 WSA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에서 발화자의 소리를 인식해 자연스러운 소리 환경으로 조절하는 '시그니아 맥스'의 기능이 화면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싱가포르 타이셍 스트리트에 위치한 WSA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에서 발화자의 소리를 인식해 자연스러운 소리 환경으로 조절하는 '시그니아 맥스'의 기능이 화면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그 결과, 시그니아 맥스는 단 0.01초 만에 주변의 소리 환경을 분석해 최적의 청취 조건을 구현한다. WSA의 기존 보청기 제품보다 연산 성능은 54배, 메모리는 2배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 생성형 AI 기반의 '시그니아 어시스턴트(Signia Assistant)'가 사용자 개인별 청취 환경과 선호도에 따라 개인 맞춤형 지원 기능까지 제공한다.

이런 기술의 결과물이 임상 평가로 확인됐는데, '시그니아 맥스' 착용자의 97%가 소음 환경 속 다자간 대화에서 주요 경쟁 제품보다 대화 이해도가 더 높았다. 이 제품은 지난 8월 미국·유럽 등지에서 먼저 출시됐고, 국내에선 10월말 의료기기로 승인되면 11월 중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청기는 난청 환자에게 주어지는 1순위 선택지다. 하지만 국내 노인성 난청 환자 가운데 보청기 착용률은 13.9%(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에 불과하다. 이런 기피 요인 중 하나가 '자연스러운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난청을 방치하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른다는 것. 그 예로 청력 손실이 10데시벨(dB)씩 높아질 때마다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1.2배씩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중년기에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인자 공동 1순위가 난청(7%)과 고지혈증(7%)이다. 이는 우울(3%), 두부 외상(3%), 당뇨병·흡연·고혈압(각 2%)보다도 높다.

난청과 치매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해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된다. 그중 '인지부하설'이 유력하다. 총량이 정해진 인지자원을 난청 환자가 청각 처리하는 데 더 많이 끌어 쓰면서 정작 인지 과제(기억·판단·사고 등)를 처리하는 데 쓸 인지자원이 부족해 뇌가 위축되고 인지기능이 떨어질 것이란 가설이다.

WSA 싱가포르 아태본부 내 연구소에서 조지 서(George Seow) 생산 관리자가 기자들에게 보청기 제품 개발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WSA 싱가포르 아태본부
WSA 싱가포르 아태본부 내 연구소에서 조지 서(George Seow) 생산 관리자가 기자들에게 보청기 제품 개발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WSA 싱가포르 아태본부

난청·치매가 '공통 원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가설도 힘을 얻는다. 미세혈관 순환 장애로 뇌, 귓속(내이) 혈류가 떨어지고, 산화 스트레스로 청신경 기능이 떨어질 것이란 가설이다. 2018년 영국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노인 7385명(정상 3574명, 경도 난청 3056명, 중등 난청 755명) 가운데 경도 난청 시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그룹은 인지기능(기억력·실행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사회적으로 격리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난청 환자의 보청기 착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게 이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날 미디어 간담회에서 WSA의 마르텐 바르멘틀로(Maarten Barmentlo)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시그니아 맥스는 대화 상대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소리를 정리해주며, 주변 환경음을 지나치게 차단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유지하고, 일반인 청력과의 이질감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벤스턴(James Benston)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이번 신제품엔 소음을 단순히 줄이는 게 아니라 환경에 따라 필요한 소리를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기술력을 녹였다"며 "AI가 자연스러운 소리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시그니아 맥스가 보청기 착용을 꺼려온 난청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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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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