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고 건조한 가을만 되면 심해지는 대표적인 질환이 '건선'이다. 피부에 하얀 각질이 많이 생겼다가 떨어지거나 피부가 두꺼워지는 게 주증상인데, 방치했다간 피부를 넘어 관절·심혈관을 망가뜨릴 수 있다.
국내에선 매년 15만명 이상이 건선으로 진료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5만4987명이 건선으로 진료받았다. 10월29일 '세계 건선의 날'을 맞아 건선의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면역체계 이상→ 피부 자극→ 각질 증식
건선(乾癬)은 '마르고 각질이 일어나는 피부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단순히 건조해서 생기는 건 아니다. 건선은 면역 체계 이상으로 면역세포인 T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하면서 분비된 면역 물질이 피부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피부의 각질형성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증식하면서 비듬 같은 하얀 각질이 겹겹이 쌓인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정기헌 교수는 "가을철 건조해진 피부는 건선이 악화하는 요인"이라며 "보습을 충분히 해도 붉은 반점과 두꺼워진 피부, 하얀 각질이 몇 주간 계속되거나 점차 범위가 넓어진다면 건선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선의 대표적인 증상은 홍반(붉은 반점), 인설(하얗고 은백색의 각질), 피부 비후(두꺼워짐) 등이다. 팔꿈치·무릎·두피 등 자극이 많은 부위에 흔히 발생하며 병변의 경계가 뚜렷하고 좌우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띤다.
건선 초기엔 좁쌀 같은 발진으로 시작해 그 위로 붉고 두꺼운 각질이 덮이는 양상을 보인다. 외부 자극이나 마찰을 가장 많이 받는 무릎과 팔꿈치에 먼저 나타나며, 엉덩이·두피에도 흔히 발생한다. 증상이 악화해 발진이 서로 뭉치면 전신을 덮친다. 보통 전형적인 발진 형태와 발생 부위를 바탕으로 진단한다. 다만, 단순 피부 건조증과 정확히 감별하고 병의 진행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국소 마취 후 병변 일부를 떼어내는 조직 검사를 시행한다.
비늘 없애겠다고 때 밀면 건선 심해져
건선은 단순한 피부질환이라고 오해받기 쉽다. 그러나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염증 반응이 전신으로 확산하며 피부 증상뿐 아니라 관절염, 대사 이상 등 다양한 전신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선이 부르는 전신 합병증의 대표적인 게 '건선 관절염'이다. 아침마다 손·발가락 관절이 붓고 뻣뻣해져 쥐는 힘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또 건선이 중증일수록 당뇨병·고혈압 같은 대사증후군은 물론 심근경색·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크게 높아진다. 피부 증상 완화를 넘어 전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기 치료가 필수적인 이유다.
건선 치료는 환자의 상태, 증상, 동반질환 여부 등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경증일 땐 국소 스테로이드제, 비타민D 유도체 등 외용제(연고), 보습 관리가 기본이다. 반면 중등도 이상에서는 광선치료, 경구약물치료, 생물학제제 주사 치료 등 전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엔 표적 치료제를 포함해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접근이 강조된다.
정 교수는 "건선은 재발-호전을 반복하는 만성 질환으로, 완치보다는 장기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며 "피부 보습을 유지하고 과도한 물리적 자극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질을 억지로 제거하거나 긁는 행위는 피부 자극이 가해진 부위에 새로운 병변이 발생하는 '쾨브너 현상'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건선은 병원 치료뿐 아니라 일상 속 꾸준한 관리가 뒷받침돼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피부 수분 유지'와 '자극 최소화'다. 잦은 사우나, 뜨거운 물을 피하고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하는 게 권장된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권순효 교수는 "비늘을 없애겠다고 때를 미는 행위는 피부에 상처를 내 염증을 악화하므로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씻은 후에는 보습제를 듬뿍 발라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유지하고, 전신 염증을 유발하는 술·담배를 멀리해야 한다.
건선은 겉으로 드러나는 하얀 각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병'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타인에게 옮기지 않는 비전염성 질환이다. 그런데도 홍반과 인설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병변 특성상 환자들은 신체적 불편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시선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함께 겪는 경우가 적잖다.
권 교수는 "건선 치료제가 다양해져 환자별 맞춤 치료법이 나온 만큼 지레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피부과 전문의와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병행한다면 충분히 건강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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