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강이 갑자기 폭탄처럼"…네팔 홍수 생존자들의 증언

김완렬 기자
2026.08.28 13:34

[네팔 대홍수]

"홍수가 들이닥쳐 폭탄처럼 터졌다. 갑자기 물이 넘치기 시작하더니 모든 것을 휩쓸었다."

네팔 홍수 생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비벡 쿠말(24)도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이들 중 하나다. 쿠말은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국경 인근 비두르에서 새로 지은 집의 화장실 구덩이를 파던 중 물과 진흙, 바위가 뒤섞인 거대한 급류가 밀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1.5m 깊이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그는 있는 힘껏 달아났지만 곧 급류에 휩쓸렸다.

쿠말은 각종 파편들과 함께 떠내려가던 중 가까스로 망고나무를 잡아채 올라갔다. 이후 경찰에 발견돼 구조됐다. 다리를 다쳐 카트만두 국립외상센터에 입원한 그는 로이터통신에 "그때 망고나무가 없었더라면 물에 휩쓸려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새 집 역시 물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터다.

(누와코트 AFP=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 27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트리슐리에서 홍수에 휩쓸린 거주지역의 주택들이 진흙에 잠겨 있다. 2026.08.27.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누와코트 AFP=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네팔-티베트 국경 일대를 휩쓴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지 사흘째에 접어든 28일 오전 사망자는 469명으로 늘었다. 여전히 약 1000명은 실종 상태다. 이 가운데 절반은 외국인이다. 피해 지역으로의 접근이 여전히 어려운데다 전력 공급이 끊겨 실종자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당국은 2차 홍수와 폭풍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며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네팔 적십자사는 "마을 전체가 파괴됐으며 도로와 교량이 끊기며 여러 지역이 고립됐다"고 27일 로이터에 밝혔다. 피해 전체 규모는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리슐리 강을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와 인근 산악지대의 교량이 끊겨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피해 지역 인근의 한 주민은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려온 약 100미터 길이의 토사를 가리키며 "저기는 전부 논이었는데 이제 다 사라졌다"고 CNN에 전했다. 네팔 데비가트 지역에 사는 생존자 자낙 바하두르는 "홍수가 갑자기 들이닥쳐 폭탄처럼 터졌다"며 "멀리서 봤을 때 강은 작아 보였지만 물이 넘치기 시작하더니 모든 것을 휩쓸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다리 끊기고, 진흙에 도로 막혀…수색 난항에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

(누와코트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네팔 누와코트 지역 바타르 바자르의 군부대에서 27일, 돌발 홍수 피해 지역에서 구조된 사람들이 친척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6.08.27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누와코트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네팔 당국은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길이 막히고 전력마저 끊기면서 정확한 실종자 규모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 현지 주민들은 통신망이 끊겨 친구와 가족에게 연락해 생존 소식을 알릴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수해 지역과 해외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네팔 주민 빔 바하두르 타망은 "아직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서 생사를 알 수 없다"며 "동생이 아버지를 찾아보려고 차를 몰고 그곳에 갔다"고 말했다. 힌두교 성지순례를 위해 네팔로 향한 여동생과 연락이 끊겼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바베시 램지는 "대사관에 연락하고, 실종자 명단을 살펴보고, 정보를 얻기 위해 모든 방법을 쓰고 있다"며 "너무 끔찍하다"라고 27일(현지시간) BBC에 전했다.

(카트만두 로이터=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 27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의 병원에 부상자 명단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2026.08.2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카트만두 로이터=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네팔과 중국 정부는 산사태로 국경 근처에 형성된 호수의 수위가 상승하고 있다며 2차 홍수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앞으로 호수에 300만㎥의 물이 더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방 붕괴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네팔 정부도 호수 범람 위험이 있으니 주민과 구조대원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27일 CNN은 피해 지역에 앞으로 이틀 동안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폭우로 인한 수색 및 구조 작업에 더욱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네팔의 장마는 일반적으로 6월~9월에 지속되며 이 기간 동안 네팔 전체 강수량의 약 80%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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