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집행을 막았다. 앞서 낸 행정명령이 연방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뒤 새로 발동한 후속 조치가 재차 저지된 것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버라 보드먼 미국 메릴랜드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민자 권익 단체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 같은 내용의 예비 금지명령(집행 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번 판결로 백악관의 출생시민권 제한 정책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실질적인 집행이 중단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원정 출산'과 외국 정부 근무자, 사기·상업적 거래 연루자, '적국 국민'의 자녀 등으로 대상을 좁힌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따라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사회보장국 등 연방 기관은 집단소송 대상 아동들의 시민권 인정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일체의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판결의 핵심 근거는 두달 전 미 연방대법원의 결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취임 초, 미등록 이주민 등 비시민권자의 자녀에 대해 출생시민권 부여를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6대 3으로 해당 조치가 미 수정헌법 제14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드먼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의 판단이 이미 확고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법원이 이미 해당 집단소송 대상 아동들이 출생과 동시에 시민권자라고 판단한 이상 새 행정명령을 이 집단에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측은 이번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 행정명령이 앞서 소송 대상이 됐던 첫 행정명령보다 적용 범위가 좁다는 이유에서다. 또 관련 연방기관들이 아직 행정명령 이행에 관한 공식 지침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소송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여권 신청 시 부모의 시민권이나 체류 신분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내부 지침 초안을 준비 중이었다. 보드먼 판사는 행정명령 자체에는 '출생 시점과 무관하게 그 요건에 해당하는 모든 아동에게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즉각적인 금지명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콘치타 크루즈 망명신청자 옹호프로젝트 공동대표는 성명에서 "이민자 가정이 새 행정명령으로 시민권 문제를 의심받는 미국 태생 자녀와 다른 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시 법정에 서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