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이 경제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일이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 비용 절감을 위해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은 8일 공개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호주의와 미중 대립이 공급망 등을 통해 시장을 분단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일이 하나로 묶이면 약 6조달러 규모의 세계 4위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어 더욱 강력한 협상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제 질서와 규칙을 단순히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수년 전부터 한일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해왔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품어온 아이디어"라며 2002년 서울대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계기로 이 같은 생각을 품게됐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그 이후에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려고 내가 이끄는 SK그룹도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며 "6∼7년 전부터는 구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일본의 경제 단체를 찾아가 회합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일 시장을 연결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는 "구매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해 만약 비용을 3~5%라도 절감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크다"고 강조하며 장기적으로는 전력·가스 인프라 연결과 유럽연합(EU)의 솅겐 협약과 같은 인적 왕래 자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분야에 대해 한일 양국이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매출 기준)의 50% 이상을 한국이 담당하고 일본의 완성품 비중은 5% 수준"이라며 "그러나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는 수치가 역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SK하이닉스가 한국 내 투자 외에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부지, 전력, 인재, 생태계가 갖춰진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협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대해서는 제도와 문화적인 문제나 역사 인식을 꼽으면서도 "지금은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그렇다"고 말했다. 일본 내 일각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세계를 둘러보면 극단적인 여야 대립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한국은 전반적으로 부침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할 만큼 민주주의가 발달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촉구했다. 그는 "한국이 CPTPP에 들어가 함께 활동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일은 국제적으로 규칙을 받아들이는 '룰 테이커'였지만 CPTPP 등을 통해 규칙을 만들어가는 룰 세터에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일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지면 오히려 중국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이점이 생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