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랠리 시동 거는 AI주…연준의 긴축 전환이 걸림돌[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9.09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는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계속되며 국제 유가가 상승한 여파로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가 1.2%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S&P500지수는 0.6%,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는 0.3% 내려갔다. 대형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0.1% 약보합에 그쳤다.

나스닥지수의 상대적 선방은 반도체 회사 퀄컴과 유리 제조업체 코닝이 AI(인공지능) 구축과 관련해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반도체를 비롯한 AI 인프라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식은 AI 구축을 위한 기업들의 자본지출이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을 강화시켰다.

최근 6개월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퀄컴은 이날 아마존과 AI 데이터센터 칩과 인프라 공급을 위해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코닝은 버라이즌과 AI 연결망 구축울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광섬유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AI 수혜주의 랠리는 시장의 주도권이 다시 기술주로 바뀌는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반도체주를 비롯한 AI 수혜주 대부분은 지난 6월 중하순에 고점을 치고 조정을 받아왔다.

모간스탠리의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인 마이클 윌슨은 이에 대해 6월 중하순 이후 헬스케어와 금융, 에너지 섹터가 기술주를 제치고 시장을 주도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경기 사이클이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이자 AI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업에서 AI를 실제 도입하는 기업으로 시장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서버 제조업체인 델 테크놀로지스 등의 호실적과 연달아 발표된 AI 인프라 기업들의 대형 계약 체결 소식은 AI 구축에 관여하는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AI 수혜주가 랠리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리가 올라가면 부채가 많은 기업과 성장률이 높은 기업이 더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성장기업은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금리 상승으로 낮아진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오는 10일과 11일에 연달아 발표되는 지난 8월 생산자 물가지수(PPI)와 소비자 물가지수(CPI)에 집중돼 있다. 8월 PPI와 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경우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매뉴라이프 존 핸콘 투자관리의 공동 최고 투자 전략가인 에밀리 롤랜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핵심은 인플레이션이고 금요일(11일) CPI 발표가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CPI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연준이 오는 15~16일 FOMC에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달러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 약세는 수입 물가를 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번에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다면 미국의 장기 국채수익률이 다시 상승세를 재개할 수도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8월19일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며 국채수익률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꺼내들었다.

바이백 확대는 10일부터 시행된다.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간 11일 오전 2시)에 진행될 10년물 국채 입찰도 바이백 확대로 발행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그러나 시장은 베선트 장관의 국채 바이백 확대보다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지난 8월28일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시사한 것이 장기 국채수익률 안정에 더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줘 장기 국채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는 것이다. 장기 국채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오래 노출되는 만큼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면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계속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다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또 다시 금리를 동결한다면 시장은 워시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과 달리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의지가 정말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될 수 있다. 지난 7월 FOMC 때도 워시 의장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정작 금리는 동결하자 장기 국채수익률이 급등했다.

롤랜드는 워시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행동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내비친 이후 연준의 대응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아졌다며 "워시 의장은 결국 (금리 인상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기업들의 실적은 호조세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되며 연준의 긴축 전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올해 안에 금리가 한번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은 86%에 달한다.

월가에선 이처럼 호재와 악재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가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못하고 정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츠의 제이 우즈는 배런스에 "(역사적으로 9월엔 증시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계절적 역풍과 높은 에너지 가격, 국채수익률 상승이 주요한 우려 요인으로 남아 있다"며 "시장에서 (상승 종목의) 폭이 약화되면서 모멘텀도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몇 주간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시장을 끌어올릴 촉매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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