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난제 88시간 만에 푼 AI..."창의성 파괴" 필즈상 수상자들의 경고

유효송 기자
2026.09.14 09:42

[AI 속도조절론]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세계 수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무분별한 성과 경쟁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무분별한 수학 난제 풀이 경쟁이 사유와 창의성이라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오히려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테런스 타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등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25명은 11일(현지 시간) 온라인 공동 선언문을 내고 "AI 기업과 수학계의 목표가 심각하게 어긋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AI 기업들의 수학 난제 해결 경쟁이 오히려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문제를 푸는 것은 개념적 이해와 통찰이라는 본래 목표를 위한 도구이자 대리 수단일 뿐"이라며 "AI 시대에 이를 잊으면 도구가 본래 목표를 거스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종 이러한 (AI의) 해법들은 성급하게 발표돼 제대로 된 서술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방법론 및 아이디어를 분리해 내고 타인의 관련 선행 연구를 인용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며 "여타 창작 직군과 마찬가지로이는 심각한 기여 인정(저작권 표기) 및 표절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수학자들은 "우리는 지금 지적 노동 전반에 드리운 위협을 목격하고 있다"며 "AI의 활용 결과와 그 본래 목적 사이의 정렬이 어긋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나비에-스토크스 '난제' 해결주장에 수학계와 갈등

이들은 "수많은 분야에서 수년간의 훈련은 단순히 최종 결과물이나 답을 도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해력을 기르고 새로운 질문과 아이디어를 던지는 능력을 함양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AI 시스템은 인류의 방대한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이러한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내는 능력을 점점 더 갖추어가고 있고 그에 따라 기존의 목표들은 더 이상 일치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AI는 진정한 수학적 연구와 이해를 향상하고 가속화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수학 또한 여러 방면에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학문에 득이 될지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이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인간들의 결정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학자들이 이번에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낸 배경에는 최근 오픈AI가 수학계 최대 난제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힌 것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AI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사 최신 AI 모델들이 집중 투입돼 '나비에-스토크스 문제'를 88시간 만에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 방정식은 물과 공기 등의 유체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는 수학 식으로, 수학자들이 약 90년간 풀지 못해 클레이수학연구소(CMI)가 2000년 선정한 7대 문제 이른바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오픈AI의 발표 직후 트리스탄 벅매스터 뉴욕대 교수 등이 자신들의 연구 접근법과 오픈AI의 풀이가 같다며 자료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10일에는 수학자 771명이 캘리포니아공대 학생들의 AI 수학 경진대회 반대 서한을 내면서 오픈AI가 후원을 철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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