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AI 속도 조절론에 반박…"공포 조장 안 통해"

윤세미 기자
2026.09.15 11:11

[AI 속도조절론] "아무도 상대에게 지렛대 안 넘길 것"

중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제기된 인공지능(AI) 개발 속도 조절론에 대해 "공포 조장"이라며 일축했다. AI를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여기는 만큼 미국의 움직임을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로이터=뉴스1) 오대일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부터)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오대일 기자

중국, AI 속도 조절론에 "공포 조장·대립 거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과 중국의 AI 우위가 세계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 "공포 조장과 대립, 악의적인 경쟁은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발전을 방해할 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AI의 발전은 인류 전체의 공동 이익과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기업들에게 고도화된 AI가 인류에 위험이 될 수 있다면서 첨단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공개 제안했다. 또 아모데이 CEO는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이 AI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이 AI를 개발할 때 미국 AI 모델을 활용하는 '증류' 행위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 같은 주장을 AI 안전을 넘어 자국의 AI 개발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고 분위기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아모데이 CEO의 경고에 대해 "겉으로는 세계 AI 안보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을 겨냥한 견제 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며 "본질적으로 AI 분야에 대한 냉전 시대 전략과 같다"고 비판했다.

칭화대학교 국제안보전략센터(CISS)의 썬청하오 연구원 역시 "현재 AI 안전성 논의와 AI 기술 경쟁 사이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며 "모든 안전 문제가 국가 간 전략적 경쟁이라는 시각에서 해석된다면 양국 간 의미 있는 대화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웬을 설계한 저스틴 린 연구원도 X를 통해 "우리가 속도를 내려 하니까 속도를 줄이라고 하느냐"며 미국 측의 개발 자제 목소리를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로이터=뉴스1
"2등이 1등 될 기회인데"…중국, AI 기술 개발이 먼저

중국 정부는 AI가 제기할 위험에 대응하기보다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기술을 경제 성장과 국가 역량 강화의 원동력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AI가 국가 경제 최전선에 있다고 선언하고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화웨이, 문샷AI 등 자국 AI 기업의 성과를 띄웠다.

중국 AI 업계에서도 AI의 통제 불능 가능성보다 경쟁사보다 빠르게 모델을 개선하는 데 더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AI가 아직 미국에 비해 뒤처졌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아시아그룹(TAG)의 조지 첸 파트너는 "중국은 AI를 미중 기술 패권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낮다. 2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는 부정적이지만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천이신 국가안전부장은 지난 주말 관영 잡지 기고문을 통해 AI로 제작한 가짜 정보·선전전,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핵심 인프라 타격, 군사 경쟁 격화 가능성을 공개 경고했다. 다만 천 부장은 그 해법으로 AI 개발 속도 조절이 아닌 공산당과 정부의 감독 기능 강화를 제시했다. 기술 개발 자체를 억제하기보다 국가 차원의 안전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AI 기술력을 더 끌어올려 향후 안보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 AI 패권 경쟁이 격화할수록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리지 리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 모두 상대방에게 AI 개발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지렛대를 넘겨주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