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믿을맨', 적국에 경제 저승사자…AI 차르마저 맡을까[글로벌키맨]

김종훈 기자
2026.09.27 07:10

[글로벌키맨-AI 미래의 선구자들] ⑧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를 알던 많은 이들에게 그의 정치 입문은 의외였다."(블룸버그)

"미국 재무장관이 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싱크탱크 외교협회)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재무장관으로 한 남성을 낙점했다. 많은 이들이 의외라는 반응과 우려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플로리다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 행사에서 "이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정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그랬던 남자는 트럼프 대통령 첫 2년 임기동안 가장 믿을 만한 참모이자 '트럼피즘' '미국우선주의'를 대내외 경제에서 충실히 이행하는 인물로 자리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64)이다.

(애슈빌 로이터=뉴스1) 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2026.9.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애슈빌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들어본 적 없을 걸" 의외의 선택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 대학 졸업 전 짐 로저스의 투자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로저스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렸고 소로스와 동업하기도 했다. 그 인연으로 졸업후에도 투자업계에 몸담은 베선트는 1991년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 펀드에 합류했다. 이 기간을 거치며 유능한 투자 매니저로 실력을 쌓고 투자 타이밍을 잡을 줄 아는 인물로 업계에 인정받은 걸로 보인다. 2015년 소로스 펀드에서 독립해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을 세웠다.

베선트 장관은 젊은 시절 민주당 지지자였으나 점차 보수 성향으로 기울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대통령 책사로 통했던 스티브 배넌과 교류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 2021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민주당)이 승리하자 바이든 행정부 다음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고 한다. 이를 위해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이 닿았다.

베선트 장관은 공화당 유세장에서 "카멀라 해리스(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주식시장에 '카멀라 폭락'이 찾아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어휘 선택에 크게 만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선트 장관 바람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됐고 그의 투자회사 키스퀘어는 트럼프 당선 후 미국주식이 오른다는 데 베팅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거뒀다.

국채바이백·엔화 방어…"시장에 맞서"
[워싱턴=AP/뉴시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 시간) 워싱턴 재무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를 지속하는 제3국에 제재를 가하는 '경제적 배제 작전' 개시를 선포했다. 2026.08.25. /사진=민경찬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한 무역장벽 구축과 재정지출 확대, 대규모 감세를 주장한다. 이런 조건에서 재정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기는 쉽지않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지난주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를 넘겨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은 그만큼 미국 재정정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재무부가 나서 미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 20억달러에서 60억달러로 세 배 늘렸다. 미국 재정정책을 믿지 못하겠다는 시장에 직접 맞선 셈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한때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몸담았던 시장 흐름에 홀로 맞서기로 하는 전례없는 도전"이라며 "미국 금융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활동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국채 바이백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했다는 게 시장 중론이나, 베선트 장관은 "글로벌 문제 때문"이라며 "바이백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스몬드 라흐만 선임 연구원은 베선트 장관이 과거 자신이 무너뜨렸던 영란은행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영란은행은 경기침체로 인해 고금리를 유지할 수 없는 처지였음에도 하루 만에 금리를 두 번 인상하는 등 파운드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영란은행 처지를 꿰뚫어본 소로스와 베선트 장관은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 100억달러 규모 공매도를 단행했다. 소로스펀드는 이를 통해 10억달러를 벌어들였을 정도로 이 '파운드화 공격'은 금융역사에 남은 사건이다. 국채 바이백으로 채권시장 불안을 달래려는 베선트 장관의 선택이 영란은행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결말을 맞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미중 AI 논의속 'AI 차르' 가능성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뉴욕 JP모건 본사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를 만나기 위해 이동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재무부는 일본 엔화 방어에도 나섰다. 그는 엔화 공매도 세력을 겨냥, "내가 바로 하우스"라고 말했다. 카지노의 손님이 아니라 게임을 관장하는 '하우스'처럼 비대칭 정보를 갖고 있다는 자신감이자 경고다.

이밖에도 미국 재무부는 미국의 대외 경제 정책을 주도한다. 이란·북한·쿠바 등과 여기에 관련된 기업·개인에 대한 경제 제재도 재무부 소관이다.

베선트 장관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베선트 장관이 'AI(인공지능) 차르' 직책을 맡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데이비드 색스 현 백악관 기술자문위원장이 맡았던 자리로, AI 정책을 총괄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알려진 바 없다. 최근 미국·중국은 AI 개발 기본 원칙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남성 배우자와 함께 자녀 둘을 양육 중이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 우대 등 다양성 정책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맞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이런 평가를 불식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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