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유권자 명부 정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수도 뉴델리의 대표적인 집회 장소를 공식 시위 장소에서 제외하자 이에 반발한 청년단체 지도부가 다시 연행됐다. 야권도 대법원까지 행진하며 명부 정비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인디언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델리 경찰은 이날 오전 '바퀴벌레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CJP)의 사우라브 다스, 아슈토시 란카 등 활동가들을 잔타르 만타르에서 연행했다. 이들은 인도 국기를 들고 철문과 바리케이드를 넘어 집회 장소에 들어가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허가 없이 통제 구역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델리 경찰은 수십년간 시민단체와 야당의 시위 장소로 쓰였던 '잔타르 만타르'를 공식 집회 장소에서 제외했다. 대신 람릴라 마이단과 부라리 그라운드, 동부 델리의 CBD 그라운드 등 세 곳을 지정했다. 잔타르 만타르는 의회에서 약 2㎞ 떨어져 있지만 새 집회 장소들은 약 6~23㎞ 거리에 있다.
인도국민당(BJP) 관계자는 집회 장소 변경에 대해 시민 불편을 줄이면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CJP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는 잔타르 만타르 제외 소식에 "이제 인도 전역이 잔타르 만타르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도부가 다시 연행된 뒤에는 모디 총리를 겨냥해 "저항까지 지정 취소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0~11일 계획한 집회가 무산된 CJP는 경찰에 24시간 안에 집회 날짜를 정해달라고 요구하며 추가 시위를 예고한 바 있다.
야권도 거리 시위에 이어 사법부에 대응을 요청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등이 참여한 야권 연합 '인디아'(INDIA)의 지도자들과 지지자들은 뉴델리 도심에서 대법원까지 약 7㎞를 행진했다. 이들은 유권자 명부 삭제 내역을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명부 정비 절차를 잠정 중단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시위는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명부 정비 과정에서 1억3000만명 이상의 이름이 삭제된 데 대한 반발로 확산했다. 야권과 CJP는 자격 있는 유권자들이 부당하게 제외됐다고 주장하지만 선관위는 사망·이주 등에 따른 정비라며 정치적 편향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인도 정부와 집권당은 야권의 시위를 권력 탈환을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