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을 허가해 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 증산을 위한 미국산 장비 수출 승인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은 중국 다롄 공장에 낸드플래시 생산장비를 새로 들이기 위해 미 정부에 수출 허가를 요청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다롄 공장에 'Mod B' 생산 기지를 지었으나 당시 메모리 시장 침체로 장비 구축을 마치지 못했다. 일부 장비만 들어와 부지가 남아있는 상태다. 솔리다임은 이 공간에 장비를 새로 들여 낸드 생산시설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반도체 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중국 다롄 공장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낸드플래시 생산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솔리다임은 중국 공장 증산이 미국의 반도체 공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롄 낸드 생산기지는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KLA 등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제품을 사용한다. 솔리다임은 Mod B용 추가 장비 구매를 위한 수출 면허도 신청한 상태다.
미 상무부는 내년 수출 허가를 아직 발급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에서 미국산 장비를 쓸 때 개별 면허 없이 예외 승인을 받아왔으나 미 상무부는 지난해 '바이든 시대의 허점'이라며 이를 철회했다. 올해부터는 기존 중국 공장에 한해서만 장비 수출을 허가하고 증설이나 기술 업그레이드용 장비 등은 제외했다.
솔리다임은 중국 증산으로 번 수익은 미국 낸드 공장 건설 자금이 되고, 미국 생산을 늘리는 가교 역할도 할 것이라고 본다. 솔리다임은 이르면 내년 기업공개(IPO)도 검토 중이며, 조달 자금을 미국 공장 건설에 쓸 수 있다고 다른 관계자가 전했다.
테크인사이츠의 월트 쿤 메모리 전문가는 "낸드 가격이 2023년 중반 이후 7배 올랐다"며 "향후 몇 년간 수급이 빠듯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를 통해 미국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복안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과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 일부 임차를 협의 중이며, 인디애나주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첨단 패키징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