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뒤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전망이 어두워졌다. 우파 대열에서 이탈 조짐이 나타났고, 캐스팅보트를 쥔 아랍계 정당은 야권 총리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든든한 후원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타격을 입은 것도 악재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랍계 정당인 라암당은 4일(현지시간) 차기 총리 후보로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의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를 추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어 연립정부 구성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선거 결과 전체 의석 120석 중 네타냐후 진영은 53석, 아이젠코트 진영은 48석, 아랍 정당들은 총 19석을 차지했다.
아랍계 정당들이 아이젠코트 진영과 연대하면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연정 구성의 1차 관문인 대통령의 총리 후보 지명 경쟁에서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 기반인 우파 대열의 초정통파(하레디) 정당에서 일부 이탈이 나타났다. 초정통파 정당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 산하 데겔 하토라 계파(4석)는 이날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정신적 지도자들의 지시에 따라 차기 총리 후보로 그 누구도 추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현 연정이 하레디 남성들에 대한 병역 면제 법안 처리에 실패한 것에 불만을 품고 네타냐후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랍계 라암당 소속 의원 8명이 합류하면서 아이젠코트 지지 의원은 총 56명으로 늘어났지만,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 수는 49명으로 줄어들었다. 양측 모두 아직은 과반 의석(61석)을 모으지 못했지만 헤르조그 대통령이 다수의 지지를 확보한 아이젠코트에 연정 구성의 첫 번째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정부 구성 권한을 먼저 부여받은 후보가 새 연정을 구성해야 하며 실패하면 다른 후보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두 후보 모두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새 총선을 치르게 된다.
국제 정세마저 네타냐후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매년 수십억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과 두루 관계를 구축했던 과거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는 공개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한 연간 4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디 소머 텔아비브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차기 미국 의회가 역사상 이스라엘에 가장 적대적인 의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교정책에 관한 권한 대부분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있지만, 민주당은 의회 청문회와 행정부 감독, 예산 조치 등을 통해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머 교수는 "민주당의 압승과 공화당의 참패는 미국·이스라엘 관계의 다음 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