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알고도 8년째 못 잡아...8조 해킹에 '북한 해커 박진혁' 재조명

이재윤 기자
입력 2026.11.09 06:17 수정 2026.11.09 06:19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8년째 공개수배 중인 '북한 해커 박진혁'이 8조원대 가상자산 탈취 사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FBI 박진혁 공개수배 전단./사진=FBI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8년째 공개수배 중인 '북한 해커 박진혁'이 8조원대 가상자산 탈취 사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9일(한국 시간) 미국 FBI에 따르면 박진혁은 현재까지 사이버 범죄 공개수배 명단에 올라 있다. FBI는 그의 얼굴과 가명, 출생연도 등을 공개했지만 2018년 첫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에도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박진혁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지난달 29일 발생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해킹 사건 때문이다. 이 해킹 사건으로 약 63억달러(한화 약 8조40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탈취된 것으로 알려진다.

FBI는 지난달 31일 이번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라는 북한 해킹 활동을 특정했다. 이 조직은 과거 박진혁이 소속된 것으로 지목된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연관돼 있다. 다만 FBI가 이번 사건에 박진혁이 직접 가담했다고 밝힌 건 아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트리뷴는 지난 1일 이번 바이낸스 해킹 사건을 보도하면서 박진혁의 FBI 수배 사실을 소개했다.

박진혁의 이름이 처음 공개된 건 2018년 9월이다. 당시 미 법무부는 그가 소니픽처스 해킹과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자금 탈취,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등에 가담한 혐의가 있다며 형사소장을 공개했다.

미 수사당국에 따르면 박진혁은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조선엑스포합영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했다. 이 회사는 겉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였지만 미국은 북한 정찰총국의 사이버 작전을 지원하는 위장회사로 판단했다. 박진혁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대표적인 사건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이다. 당시 소니픽처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해커들은 회사 전산망에 침입해 미공개 영화와 임직원 이메일, 개인정보 등을 빼돌리고 내부 시스템을 파괴했다. 미국은 북한이 영화 제작에 보복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판단했다.

2016년에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서 8100만달러(약 1100억원)를 빼돌린 사건에도 연루된 혐의를 받았다. 해커들은 은행 전산망을 해킹한 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을 이용해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허위 송금 지시를 보냈다. 당초 노린 금액은 약 10억달러였지만 일부 거래가 차단되면서 실제 탈취액은 810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듬해에는 세계 각국의 컴퓨터를 마비시킨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 공격에도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워너크라이는 감염된 컴퓨터의 파일을 암호화한 뒤 복구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코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의료기관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병원과 기업, 공공기관이 피해를 봤다.

2016~2017년에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을 상대로 악성 이메일을 보내 해킹을 시도하기도 했다. 일부 이메일에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내용이 담겼으나 공격은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FBI는 박진혁 이외에도 전창혁, 김일 등 북한 해커 3명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했다. 이들은 전 세계 금융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13억달러 이상의 현금과 가상자산을 탈취하거나 갈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북한은 박진혁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2018년 9월 북한 외무성 당국자는 박진혁을 실체가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 대해서도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3일 FBI의 발표를 비난하며 미국이 국제적인 사이버 범죄 사건을 북한과 무리하게 연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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