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 ['신분상승' 꿈꾸는 밀리언시티](종합)

몸집은 광역시만큼 커졌지만 여전시 기초자치단체로 묶여 있는 경기 수원, 경남 창원.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선 이들 '밀리언시티'들의 '신분상승'이 노력이 눈물겹다.
대표적인 밀리언시티인 경남 창원시에서는 광역시 승격을 요구하는 주민 서명이 60만명이 넘어섰다. 이들을 '특정광역시', '특례시' 또는 '직통시' 등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다수 제출돼 있지만 국회 논의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수원, 창원 등 밀리언시티들을 승격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 7개 현재 계류돼 있다.
2013년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경기 수원갑)이 수원 등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뒤 지난해에는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경기 수원병)은 지난해 ‘경기도 수원특정광역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수원특정광역시법) 제정안과 '지방자치법' 및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경남 창원)도 지난해 '창원직통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지방자치법' 및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논의는 더디기만 하다. 2013년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이찬열 의원의 법안에 대해 한차례 논의가 있었을 뿐 이후에는 진전이 없다.
김 의원과 강 의원의 법안은 승격된 대도시에 대해 인사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도세인 취득세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당 대도시의 몫으로 돌리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의 수원특정광역시법 개정안에는 수원시에 정무직 1명을 포함해 2명의 부시장을 둘 수 있게 하고, 각종 도시개발을 위한 인·허가권도 수원시가 직접 관장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밀리언시티들이 무조건 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강 의원의 법안은 창원시를 사실상의 광역시인 직통시로 승격시켜 경남도에서 독립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수원에 대한 법안들은 모두 경기도 산하 기초단체로 남도록 하는 내용이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현황에 따르면 4월말 기준으로 수원시의 인구는 약 117만명으로 광역시인 울산(116만명)보다 많다. 창원시도 인구가 107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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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단체로 머물러 있음에 따라 행정·재정적으로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인구에 비해 공무원과 행정 부서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수원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울산광역시 공무원이 4000명인데, 이보다 인구가 많은 수원은 2700명에 불과하다"며 "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주민 수를 보면 수원이 울산의 1.5배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에 따라 행정서비스의 질적인 부분에서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지방자치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구 50만명 이상 또는 100만명 이상 기초단체 대도시들의 특수성을 인정해 사무 및 재정 상의 특례를 도입하고 인건비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40억∼100억원 규모의 신규사업은 자체심사토록 하는 등의 운영 특례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창원시 관계자는 "창원시는 수도권의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인구 대비 면적이 휠씬 크고, 경제적으로도 자족이 가능한 도시"라며 승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원·창원 '밀리언시티', 취득세 '쩐(錢)의 전쟁'

수원과 창원 등 인구 100만명 이상 '밀리언시티'들의 '특정광역시', '직통시' 등 승격 요구가 분출되는 배경에는 수천억원 규모의 취득세가 있다.
집이나 자동차 등 재산을 살 때 내는 취득세는 기초자치단체가 거둬 뒤 광역자치단체에 넘겨주는 '도세'다. 이 취득세의 상당부분을 자체 재원으로 돌리려는 게 밀리언시티들이 승격을 요구하는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취득세가 도세 수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경기, 경남 등 광역단체로선 이 같은 요구가 달가울 리 없다. '밀리언시티' 승격 논란이 결국 취득세를 둘러싼 시와 도 간의 '쩐(錢)의 전쟁'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경기 수원병)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경기도 수원특정광역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지방자치법' 및 '지방세기본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은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를 ‘특정광역시'(기초단체)로 승격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도시에서 나오는 취득세를 전액 ‘특정광역시세’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수원시는 해마다 약 3400억원의 취득세를 거둬 경기도로 올려보낸 뒤 이 가운데 재정보전금(47%)과 교부금(3%) 명목으로 50%인 1700억원 정도만 되돌려 받는다. 만약 수원시가 '특정광역시'로 승격되고, 수원시에서 나오는 취득세가 전액 수원시의 몫이 된다면 수원시의 자체 재원이 1700억원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경기도로서는 재정상의 타격이 적지 않다. 2013년 수원시가 걷어 경기도로 보낸 취득세는 3382억원으로, 경기도 전체 취득세 수입인 3조5753억원의 약 10%에 달했다. 지금은 이 가운데 절반만 수원시로 돌려보내고 있지만, 만약 수원시가 특정광역시로 승격돼 전액 수원시의 몫이 된다면 경기도는 전체 취득세 수입의 5%가 줄어드는 셈이다. 2013년 경기도의 취득세 수입은 전체 도세 수입(6조5090억원)의 55%를 차지했다.
경남 경제의 기둥인 창원이 떨어져 나갈 경우 경남이 받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2013년 창원시가 거둬 경남으로 보낸 취득세는 총 3023억원으로, 경남 전체 취득세 세수(9944억원)의 무려 30%에 달했다. 이는 의령군 취득세 세수(46억원)의 66배에 이르는 규모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경남 창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창원직통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지방자치법' 및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은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를 사실상의 광역단체인 '직통시'로 승격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도시에서 징수된 취득세의 60%를 그 직통시의 몫으로 하는 내용이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다면 창원시의 자체 재원은 종전에 비해 약 1000억원 늘어나고, 그 만큼 경남도의 재원은 줄어들게 된다. 이는 경남도 전체 도세 수입(1조8891억원)의 약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용남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이려면 경기도의 입장 등 현실적인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며 "도세로 남겨둘 것은 남겨두고 취득세 중심으로만 수원특정광역시가 가져가는 쪽으로 법안을 마련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별시·광역시·직통시·특례시…뭐가 달라?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크게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나뉜다. 광역자치단체에는 각 도를 포함해 서울특별시와 부산, 인천, 대전, 광주, 대구, 울산 등 6개 광역시가 있다.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인정되면 광역시로 승격된다.
인구 100만의 모든 도시가 광역시가 되는 것은 아니며 뚜렷한 기준도 없다. 경기도 수원시의 경우 올해 4월 행정자치부 통계기준 인구수가 117만6736명으로 116만9433명인 울산광역시에 앞서지만 여전히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광역시로 승격될 경우 행정과 재정에 대한 권한이 커진다. 취득세, 지방교육세, 등록세 등 도세가 시세로 전환돼 시의 자체 재원으로 활용된다. 도로, 주택 등 각종 도시기반시설이 확대되고 교육자치권 확보로 교육시설도 확충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공장 설립이나 아파트 건축 등 그동안 시를 거쳐 도의 승인을 받아야 했던 인허가 단계와 기간도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수원 뿐 아니라 경남 창원시(107만명), 경기 고양시(101만명) 경기 성남시(97만명) 등 대도시에서는 광역시 승격 또는 대도시로서의 '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구역을 격상시켜 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3년에는 수원, 성남, 부천, 청주, 전주시 등 인구 50만명 이상인 11개 도시가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를 설립,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특정시'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인구의 증가로 급증하는 행정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로서의 법적지위는 유지하되 일반시와 광역시 중간의 차별성을 부여해 달라는 것이다. 50만명 이상 대도시가 인구 5만명의 일반시와 똑같은 위상을 갖는 것은 획일적이고 불합리한 행정제도라는 인식에서다.
이 같은 요구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행정, 재정운영, 국가 지도감독에 있어 관계법률에 따라 특례를 둘 수 있다'는 조항으로 반영돼 2003년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단 원안에서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정시'로 명시한 부분은 삭제됐다. 명칭 자체에 대해 법적 지위나 근거는 없는 셈이다. 관련된 개별 법률을 일일이 개정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대도시에 대한 특례도 기대만큼 인정되지 않았다.
대도시 특례인정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일괄 개정하기 위해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2011년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사무·행정 및 재정의 특례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18대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되기도 했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과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직통시'와 '특례시' 개념을 담았지만 논의가 보류됐다. 직통시는 중앙정부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자치구 없는 광역시 모델로 소개됐으며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며 일부 기능은 도의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는 도시를 통칭한다.
여당 대표, 기초단체 시장 출마한 이유가?

지난해 2월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의 경남 창원시장 출마 선언은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4선 의원으로 집권여당 대표까지 지낸 이가 광역자치단체도 아닌 기초자치단체의 시장이 되겠다니. 지난해 6·4 지방선거에 나선 그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른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며 창원시장에 당선된다.
그의 창원시장 출마가 파격이 아닌 계획된 수순이란 분석도 있다. 안 시장은 당초 경남도지사에 출마하려고 했으나 홍준표, 박완수 후보와의 경선을 앞두고 돌연 창원시장 선거로 돌아섰다. 그리고 '창원광역시 승격 추진'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다. 만약 창원시가 광역시로 승격하게 되면 사실상 경남도지사와 다를 바 없는 '광역단체장'이 될 수 있다.
◇ 창원시, 광역시 승격 추진 박차
안 시장은 올들어 창원의 광역시 승격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그는 신년사에서 "한차원 높은 행정·재정적 자율권을 가져다 줄 광역시 승격 기반 조성을 본격화하겠다"며 2018년까지 단계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는 범시민추진협의회를 만들어 서명운동과 포럼 등을 개최하고 내년에는 관련 입법청원과 법안 발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연말까지 70만명의 주민서명을 목표로 한 서명운동은 시작 2개월만에 60만명을 넘어섰다.
2017년에는 경기도 수원·고양·성남·용인시 등 광역시 승격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연계, 정치권을 압박해 19대 대선공약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2018년에는 이를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시킨다는 목표다.
현 통합창원시는 2010년 옛 창원·마산·진해시가 합쳐져 탄생했다. 통합 이후 창원시는 인구 108만명의 광역시급 기초자치단체가 됐다. 안 시장은 창원시 면적이 서울시보다 넓고 지역내총생산(GRDP)도 대전·광주광역시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1년 예산도 2조 4000억원으로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그는 광역시 승격이 옛 창원·마산·진해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광역시가 되면 마산, 진해 지역이 자치구로 분리될 수 있고 각 구마다 독립된 예산권과 인사권을 지닐 수 있다는 이유다. 도세로 징수되고 있는 1200억원 규모의 재원이 추가될 것으로도 기대한다.
◇경기 수원·고양 등도 '특례시' 승격 추진
경기도 수원·고양·성남·용인시 등도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4개 기초자치단체는 2013년 9월 창원시와 함께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의 행정 및 재정적 특례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 수원시 인구는 약 120만명, 고양시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성남시와 용인시도 각각 98만명, 96만명으로 2~3년 내 인구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시는 광역시급 권한과 지위가 보장되는 '준광역시' 수준의 수원특례시 지정을 추진 중이다. 특례시는 광역시처럼 도에서 완전히 독립된 도시는 아니지만 재정이나 행정 등 일부 기능에 대해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박광온 새정치연합 의원(경기 수원정)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인구 100만 수원시 승격 추진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수원의 인구가 120만명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주민 수는 453명에 달하는 등 여전히 기초단체로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례시나 특정광역시 등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인구 규모나 수요에 맞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 같은 취지의 이찬열 새정치연합 의원(경기 수원갑)과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경기 수원병)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한편 영호남을 묶는 '섬진광역시' 논의가 진행된 적도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005년 17대 국회에서 '지역화합특별구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전남 여수·광양·순천·구례와 경남 사천·남해·하동을 하나로 묶는 특구를 만들어 지역발전과 주민통합을 동시에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원회던 행정자치위원회로 회부됐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17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인포그래픽] 광역시청 vs 기초시청, 무슨 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