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황금보직' 예산조정소위…지역구 예산 얼마씩 챙겼나

예산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예산조정소위원회는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15명에게만 돌아가는 '축복의 자리'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총선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올해와 같은 경우엔 그 의미가 더 크다. 본인 지역구 뿐 아니라 같은 권역 의원들이 권역 예산을 더 타내기 위한 '팀플레이'를 펼치기도 한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2015년도 예산안 예산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와 '2015년도 최종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말 예산조정소위 소속이었던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은 지역구인 장흥군의 배수개선 사업을 위해 90억원을 증액 요구해 실제로 5억원을 더 타냈다. 황 의원은 또 장흥승마체육공원 조성을 위해 50억원 증액 요청해 12억원을 받아냈다.
황 의원은 전남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예산 폭탄'을 선언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남 순천·곡성)과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이 의원은 당초 조정소위 합류가 예정됐지만 최종 리스트에서 빠졌다. 두 사람은 순천과 화순을 잇는 국도 건설에 200억원, 광주과학기술원의 '퇴행성관절염 제어기술' 연구개발비 10억원을 증액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최종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강창일 새정치연합 의원(제주 제주시갑)은 제주국제감귤박람회 개최를 위해 9억원의 증액을 요구해 5억원을 확보했다. 당초 감귤박람회 예산은 유사 지원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지만 강 의원이 되살려냈다. 강 의원은 또 제주도 광어 전문 수산물직매장 건립을 위해 2억1000만원을 증액 요청했고, 이 가운데 절반이 반영됐다.
조정소위에 이정현 의원이 빠진 대신 강원 지역 대표로 합류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강원 춘천)은 춘천경찰서 기동1중대 청사 리모델링을 위해 29억3000만원을 요청해 최종 예산에는 10억원을 밀어넣었다. 또 홍천·춘천 간 고속도로 건설에는 5억원을 확보했다. 두 사업 모두 정부 원안에는 없던 지역구 예산이었다.
이 밖에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경기 의왕·과천)은 국립과천과학관 예산으로 32억6000만원을 요구해 20억원을 반영시켰다.
반면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은 부산 지하철 3호선에 위치한 4개 환승역의 공기질 개선을 위해 1억6000만원을 요청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대구 중구남구)은 인근 지역구 예산을 밀어준 경우다. 김 의원은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국립대구과학관의 '오감체험형 디지털 문화컨텐츠 개발'을 위해 23억원을 요청, 결국 10억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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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쥐 사업?"…눈길 가는 쪽지예산

2015년도 예산안 심의중 국회 논의과정에서 끼어든 '쪽지성 예산'에는 눈길을 끌거나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업들이 적지 않다.
'장보고 기지'(남극 제2기지) 관련 예산을 놓고는 정부와 국회, 기업 사이에 물밑 싸움이 치열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시공을 마친 '장보고 기지'와 관련해 기상조건 및 정부 과실 등으로 발생한 적자 300억원을 보전해달라고 해양수산부에 요구했지만, 해수부는 현대건설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후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홍문표 당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의 요구로 예산안이 올라갔지만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시공 손실액을 둘러싼 해수부와 현대건설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상 천재지변 등의 상황이 아니면 계약금 변경은 불가능하다"며 현대건설 측의 요구를 일축했다.
달 탐사 사업 예산을 놓고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야당이 공방을 벌였다. 미래부는 예비 타당성 조사가 늦어져 정부안에 넣지 못한 예산안 410억원을 국회 소관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직접 요청했다. 박성호·심학봉·이정현·이학재 의원 등이 달 탐사 사업 예산 반영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이를 '쪽지예산'이라며 규탄하면서 논의의 흐름이 바뀌었다. 당시 서 의원은 "정부가 '시작이라도 하자'면서 달 탐사를 위한 410억원 쪽지 예산을 들이밀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해당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2만3000여 의무경찰에게 우유급식을 제공하는 사업은 하마터면 올해 시행되지 못할 뻔했다. 홍문표, 이춘석 의원 등은 의경 우유 급식을 위해 예산을 각각 43억원, 39억원씩 요구했다. 우유 급식이 의무인 군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한-캐나다·뉴질랜드 FTA(자유무역협정) 이후 낙농업계의 손해도 보전해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경찰청의 조달단가 인하에 협조해 기존의 의경급식 예산으로 올 1월부터 의경 우유 의무 급식을 시작했다.
올해 예산에 최종 반영된 사업 중에 '황금박쥐' 사업이라는 게 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국군정보사령부를 안양시 일원으로 이전하는 사업이다. 당초 정부안에는 590억원이 반영돼 있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11억원이 얹어져 601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국회는 사업 관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방부 행정지원 및 기타 사업'에 포함돼 있던 황금박쥐 사업을 분산 편성했다.
우리 동네에서 국회까지…현장에서 본 '예산의 탄생'

#"주민들이 마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며 자생적으로 가꿔나가고 있는데 관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역사문화관'을 만들면 결국 예산 낭비 아닌가."
지난달 3일 인천 동구의 배다리마을 초입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인천 동구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배다리 역사문화관' 건립 사업에 대해 이 같이 토로했다.
지금은 낙후지역으로 꼽히지만 인천 동구는 사실 개항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도심 역할을 하며 근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헌책방거리'로 유명한 배다리마을에선 주민과 문화예술활동가, 시민단체 등이 모여 역사를 보존하고 마을 공동체를 되살리는 도시재생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자발적인 움직임이 이어지자 동구청은 최근 '배다리 역사문화관'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일부 주민들이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며 항의했으나 동구청은 반대를 무릅쓰고 역사문화관 건립을 위해 13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신청했다. 이 사업계획안은 인천시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에 접수됐다. 그러나 결국 문체부의 사전평가제도에서 탈락,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데 실패했다.
문체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박물관 건립을 위해 예산을 신청할 경우 2012년부터 사전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지자체 계획서만 보고 판단하니 막상 콘텐츠도 없고 관람객 수요도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부처→기획재정부→국회
'우리 동네'를 바꾸는 예산은 어떻게 탄생할까. 예산안 편성의 대장정은 각 부처가 매년 1월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중기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정부는 취합된 계획서를 토대로 향후 5년 간 재정운용의 방향과 목표, 경제전망 등을 포함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한다. 기재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바탕으로 4월 말까지 각 부처에 예산안 편성에 대한 세부 지침을 통보한다.
이후 부처는 담당 분야의 사업 및 예산안을 다시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배다리마을'의 경우처럼 지자체의 사업을 검토하는 것도 이 단계다. 문체부의 경우 서류평가-현장실사-최종심사 3단계를 거쳐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한다. 박물관이나 학계 전문가가 현장에 동행해 유물이나 부지 확보 여부, 학예사 등 전문인력 충원 계획 등을 점검한다.
이렇게 각 부처가 검토한 예산요구서는 6월5일까지 기재부에 제출된다. 기재부는 제출받은 요구서를 바탕으로 전체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인 9월 초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 '여vs야', '국회vs정부' 줄다리기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본격 예산심사에 돌입한다. 예산안은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심의·의결된다.
예산안이 제출되면가장 먼저 정부는 예산안의 중점 내용과 추진 방향 등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한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하기 보단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후 각 상임위는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를 구성해 소관 부처의 예산규모가 적절한지, 사업별로 배분계획이 잘 이루어져있는지, 효율적으로 집행이 가능한지 등을 검토한다. 이 때 각 소관부처의 관계자가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한다. 예비심사 단계에선 예산 감액만 가능하다.
상임위 예비심사가 끝나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가 시작된다. 예결위 전체회의는 통상적으로 공청회 1일, 국무위원 전원을 대상으로 국정 전반에 대해 질의하는 종합정책질의 2일, 예비심사결과를 토대로 소관 부처의 예산안을 검토하는 부별심사를 4일 가량 진행한다.

◇ 예산심사의 하이라이트, '계수조정소위'에선 어떤 일이?
예산심사의 '하이라이트'는 계수조정소위원회(예산안조정소위원회) 활동이다. 1~2주일 가량 진행되는 계수조정소위에선 앞서 나온 검토 의견을 토대로 전체 예산안 규모를 맞추는 작업을 진행한다.
계수조정소위에선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필요한 예산을 증액하는 것도 가능하다. 감액 논의는 공개적으로 진행하지만 증액 논의는 양당 간사가 소위 위원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소수의 정부관계자와 '밀실협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명 '쪽지예산', '카톡예산'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때가 바로 이 증액논의 기간이다.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민원성 예산을 따내기 위해 쪽지에 사업명과 예산액을 써 계수조정소위 위원에게 건네는 것이 공공연한 관행이다.
계수조정소위에서 확정된 예산안 수정안은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법과 국가재정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본회의 심의·의결을 마치도록 규정했다.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면 예산안이 최종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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