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재활용법안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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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식 구경민 박용규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6.06.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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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재활용법안 쏟아지는 국회…법안 과다에 소화불량?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에서 전해철 소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16.5.16/뉴스1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에서 전해철 소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16.5.16/뉴스1

20대 국회 개원 사흘만에 61개의 법안(1일 오후 4시·의원안 기준)이 발의됐다. 이중 19대 국회 때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돼 재발의한 '재활용 법안'이 60 건에 달한다. 일각에서 '재탕 국회''법안 베끼기'라는 비판을 가하는 반면, 중요하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법안은 국회 대수를 넘겨서라도 통과 시켜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인복지청 신설법안,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선거연령 하향 조정 법안은 19대 국회 때 발의한 내용과 자구까지 똑같이 재발의됐다.

20대 국회 쟁점법안으로 여야의 치열한 갈등 끝에 자동폐기됐던 세월호특별법과 노동4법, 서비스산업 발전법 등 당론법안들도 재활용법안 목록에 포함됐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19대 의원의 보좌관이 다른 의원실로 가 자신이 주관했던 법안을 재발의 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는 법안 발의수의 양적 팽창이 자동폐기와 재활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모두 1만7822건에 달한다. 18대(1만3913건)나 17대(7489건) 비해 크게 늘었다. 16대(2507건)나 15대(1951건), 14대(902건)와 비교해보면 기하급수적 증가세를 보인다.

법안을 처리하는 국회의원 정수는 13대(299명)이후 300명인 현재까지 거의 차이가 없다. 같은 숫자의 의원들이 처리할 수 있는 법안 숫자에도 한계가 있다보니 법안 가결률은 17대 56.8%(4335건), 18대 53.5%(7612건), 19대 7429건(42%)로 매 국회마다 하락일로에 있다.

발의 법안이 이토록 늘어난 원인으로는 법안 발의 숫자를 국회의원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평가제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국회에서 '이삭줍기 법안'이라고 불리는 단순한 자구 수정을 위한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민법 개정에 따라 '금치산자'를 '피성년후견인'으로 바뀌었는데, 이 용어를 차용한 다른 법률에서 용어만 변경하는 개정안만 100건 이상이었다.

내용이 대동소이한 법안을 '나눠먹기' 식으로 발의하는 사례도 있다. 사실상 같은 법안을 의원 여럿이 따로 발의하고, 해당 법안이 소관 상임위에서 대안에 반영되면 의원들이 발의 법안 숫자와 통과 법안 숫자를 하나씩 올리는 식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와 홍보 등 '치적사업'에만 치중하고 실제 통과까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19대 국회 국토위에서 활동한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과거에는 법안을 발의하면 꼭 해당 상임위에 가서 제안설명을 했는데, 최근에는 제안설명조차 안하는 의원도 많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가 많아지는 것은 사회 각계의 입법 수요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비판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다만 국회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는 법안 발의는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법안의 입법지연을 가져오는 만큼 자제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폐기됐다고 해도 재논의 할 가치가 있는 법안이 있는 만큼 법안별로 따져봐야지 재활용 자체를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수요가 없는데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억지로 짜내거나 지역구에 특혜를 주고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있어야 입법 지연과 법안 재활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개원 3일…법안발의 61개 중 60개가 '재활용'

20대 국회가 개원한지 사흘째를 맞은 가운데 어김없이 재활용 법안들이 쏟아져나왔다. 국회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 61개 중 60개가 19대 때 자신이나 혹은 다른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을 거의 그대로 다시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 개원일인 30일부터 1일(오후 4시 기준)까지 국회에 제출된 61개(의원발의)의 법안을 분석한 결과, 토씨 하나 바뀌지 않거나 조항을 한두개 추가 또는 삭제해 새로 발의한 법안은 60개에 달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향토기업 육성 및 지원에관한 법률안'이 유일하게 새롭게 20대에 제출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제정안에는 △향토기업 육성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향토기업 지원센터 지정 및 필요경비 지원 △신용보증재단 향토기업 보증지원 △국세 및 지방세 감면 등을 담았다.

조사결과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 재활용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칼퇴근법'(근로기준법·부담금관리기본법·고용정책기본법)을 포함해 지방세법, 교육기본법 등 10개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내용들을 재활용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이명수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20일 3건을 잇따라 대표발의했다. 어르신 복지전담을 위한 노인복지지원청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 청·장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의 지원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안,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일부개정안 등 3건을 내놨다. 19대 때 발의됐던 내용들을 근간으로 했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등의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했다. 이 밖에 박영선·이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9대에 발의된 법안을 참고해 내놨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쟁점법안들을 대표로 제출했다. 김 의원은 노동개혁 4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파견법) 중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위 의원은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이 2017년 2월3일까지 보장하는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새누리당 당론 발의 법안에 포함돼 있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에는 국민의당 김관영·김동철·장병완 의원 등도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국회 관계자는 "의욕적으로 법안을 내는 것을 나무랄 수 없겠지만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제출된 법안들이 얼마나 많은 검토를 거쳤는지 의문도 든다"면서 "'보여주기', '지역구 챙기기' '생색내기'용 법안 발의가 재연되는 것 같아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9부 능선 좌절', 19대 법사위 못 넘었지만 20대 주목받는 법안은

19대 국회의 법안통과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잡힌 타 상임위원회 법안은 모두 47건이다. 이들은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를 마친 법안으로 20대 국회서 재발의 된다면 다른 법안들 보다 통과여부가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1일 국회에 따르면 19대 국회 법사위 제2법안소위에 계류된 47건 법안 중에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9건으로 가장 많고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이 8건, 농림축산해양수산식품위원회 6건, 여성가족위원회가 5건 등이다.

법사위 2소위는 법사위 고유법안 외 다른 상임위에서 논의된 법안들에 대한 세부 심사를 진행한다. 소관 상임위에선 여야가 합의처리 됐지만 법사위 전체회의에 회부된 당일 의결되지 못하고 2소위로 회부되면 해당 법안의 운명은 가늠하기 어려워, 법안의 '무덤'이나 '블랙홀'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2소위에 회부돼 폐기된 법안들 중 국토위 소관법안인 교통안전법 개정안은 자동차 사고시 면허 및 음주여부에 대한 정보를 보험회사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 개인정보의 보호측면과 함께 유사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무위에 계류돼 있다는 이유로 2소위로 회부됐다.

개인정보 공유와 관련해 논란이 돼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은 또 있다. 정무위원회 소관법안인 보훈보상대상자지원법은 보훈대상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관계부처에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은 법사위에서 출국사실 등까지도 제출받는 등 과잉금지 원칙에 논란이 생겨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통일교육지원법의 경우 야당에서 대학을 국립화 하는 것에 대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2소위에 회부된 채 폐기됐다. 통일교육지원법은 평화통일대학원을 설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데 교육부 및 재정당국이 모두 찬성했음에도 법사위 2소위로 넘어갔다.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아이들에 대한 긴급지원을 담은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은 시행령에 포괄위임 사항이 많다는 이유로 의결되지 못한채 2소위에 회부됐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도 관심이 쏠린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도 교육청에 넘겨주는 교육재정부담금을 적시에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일부 지자체는 세수부족을 이유로 지방교육재정의 17.3%에 해당하는 약 9조6000억원을 제때에 교육청에 지급하지 않아 지방교육행정기관의 재정운영이 차질을 빚었다.그러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지자체의 예산집행권과 재정운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 등으로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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