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탈북민 3만명시대..'생계형'부터 '금수저'까지, 지원은?

지난 18일 가족과 함께 탈북한 의사 출신의 40대 남성 A씨가 인천의 한 빌딩 유리창을 닦다 추락해 숨졌다. A씨는 북한에서 의사로 일하다 아내의 간질환과 고혈압 치료를 위해 2006년 한국으로 입국했다. A씨는 아내의 치료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죽기 전까지 공사장 막노동 등 일을 가리지 않고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에 최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의 한국행이라는 고위 간부의 망명까지 탈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탈북민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유지해왔고, 2012년 이후는 연간 1200~1500여명이 평균적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올해 3월 기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2만9000여명이 넘는다. 탈북민 3만명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들이 안착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제도적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사망한 A씨처럼 북한에서는 엘리트로서의 삶을 누렸지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는 생계 조차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북한에서 살았던 때가 생활수준이 더 높았다’고 탈북민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는 탈북민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착을 위한 지원 제도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탈북민이 입북하는 즉시 거치는 하나재단의 교육을 마치면 1인 세대를 기준으로 초기정착금 700만원을 지급한다. 2인세대는 1200만원, 3인 1600만원, 4인 2000만원, 7인 세대는 3200만원을 받게 된다. 또 주거지원금은 1300만원을 지급한다.
일자리 관련 장려금으로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등을 명목으로 최대 244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정부는 미래행복통장 제도를 운영, 탈북민이 미래행복통장을 만들어 매월 최대 50만원을 2~4년 동안 저축하면 저축한 만큼 정부도 지원해 만기에 되돌려 받게 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지날 수록 이들의 생활 수준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으로 취업 등이 쉽지 않고, 정부의 정책도 초기에 정착하기 위한 지원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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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탈북민 고용 사업체에 대한 혜택 등 장기적으로 남한사회에 정착해 살아나갈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탈북민 고용 업체의 생산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의무적 노력을 해야한다는 법안 등 탈북민 정착 및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법안들이 19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줄줄이 폐기됐다.
탈북민 지원을 위한 법안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데다, 탈북민들의 경제적 상황 등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과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최근 각각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지원을 위해 실시되는 실태조사에서 조사항목 중 소득지표를 구체화하고, 탈북민의 정착계획을 매년 의무적으로 점검하는 내용을 담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탈북민 실태조사 시 개인별 소득 내용 뿐 아니라 가구소득과 자산 등 가구단위 경제상태에 관한 사항을 조사할 필요가 있고, 탈북민의 원활한 적응을 위해 기본 계획을 정기적으로 수립하고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탈북민 가족의 자산구조 등 경제적인 부분과 안정적 정착이라는 정서적 적응을 위해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화되는데 필요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탈북민들이 언어 소통문제도 있고, 기본 지식상의 차이로 인해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생산이 떨어지는 면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좌절감이 쌓이면서 삶에 대한 인식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성공하려면 한국에 먼저 정착한 사람들이 정착과정에 느낀 차이 등에 대한 교육이 먼저 필요하다”면서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공존하는 연습이 필요한데 결국엔 시스템이 돼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자유 찾아 왔지만.." 거주 길수록 더 팍팍해지는 탈북민 삶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목숨을 걸고 찾아온 '남조선'에서의 삶은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 탈북민의 임금 수준은 일반 국민의 약 3분의 2에 그치는데다 탈북 이후 한국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활은 오히려 열악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정착지원사업 평가서를 보면 탈북민의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 기준 154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같은해 일반국민 평균 임금은 229만7000원으로 격차가 75만1000원까지 벌어졌다.
이 격차는 통일부가 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한 2011년 81만7000원에서 2012년 72만7000원으로 좁혀졌지만 이후 다시 격차를 키워 70만원대 중반의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그나마 탈북민 고용률이 2011년 49.7%에서 지난해 54.6%호 높아진 것이 그들에겐 위안거리다.
탈북민에게는 입국 후 5년간의 거주지 보호 및 생계급여 특례가 제공된다. 입국 5년 이후부터의 자립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입국 5년 이후 탈북민들의 소득 수준은 오히려 정착 초기자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예정처에 따르면 입국 1~5년 간 탈북민 임금근로자 중 월 평균 100만원 미만을 버는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19.4%다. 대부분인 73.1%가 101만~200만원 소득 구간에 속해있다. 하지만 거주기간이 5년을 넘어가면 100만원 미만 구간에 속하는 탈북민은 26.2%로 크게 늘어난다. 반면 101만~200만원 구간의 비율은 62.6%로 줄어든다.
일자리의 질도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되고 있다. 입국 후 1~5년까지 탈북민은 상용직 비율이 58.8%지만 5년 이상이 되면 50.3%로 크게 낮아졌다. 탈북민들이 경력과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직종이 아닌 단순노무직에 주로 취업하면서 고용지원금 및 취업장려금이 사라지면 고용이 크게 불안해진다는 의미다.
경제적 여건이 불안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입국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탈북민 입국 인원은 2만941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법' 19대국회서 절반 이상 '임기만료 폐기'

국회에는 북한 이탈주민의 국내 정착과 적응을 돕고 생활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다수의 법안이 끊임없이 발의되고 있으나 많은 경우 주요 쟁점 법안으로 부각되지 못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실정이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9대 국회에는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30건 이상 발의됐으나 절반이 넘는 17건이 임기만료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안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경제적 지원, 지원 범위의 확대, 영유아·청소년 북한이탈주민 지원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국회에서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 채 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다.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북한이탈주민 모범사업주 생산품 우선구매 노력 의무를 법률로 승격시켜 강행규정화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또한 같은 법 시행령에서 공공기관 평가시 북한이탈주민 고용률 포함을 법률로 승격시켜 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강화함으로써 북한이탈주민들의 원활한 정착을 돕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국정감사에서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 고용모범사업주 생산품 우선구매 법조항과 공공시설 편의사업허가 및 위탁에 관한 생업지원 법조항을 최근 5년간 아무 실적 없이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난 데 따른 것이었다.
심 의원은 "북한이탈주민 고용 모범사업주 생산품 우선구매가 활성화되면 북한이탈주민들을 고용하려는 사업주들이 많아지고 북한이탈주민들의 근속연수도 상승하면서 숙련도도 높아질 수 있으며, 창업을 통한 성공적인 정착도 가능하다"며 "북한이탈주민 고용률이 평가항목에 포함되면 취업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공공기관에 북한이탈주민들이 더 많이 취업함으로써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이 임기만료 폐기됐다.
탈북자 출신 제1호 국회의원인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영농을 희망하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보호기간이 만료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도 영농 정착을 위한 지원이 가능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역시 불발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이탈주민에게 지급되는 정착금을 감액할 수 없도록 해 이들의 초기 정착 지원을 강화하고 경제적 자립과 자활의지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역시 논의 없이 임기만료 폐기됐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에게 기본금 700만원과 주거지원비 1300만원을 비롯해 기타 직업장려금 등을 지급하고 있으나 시행령에서 기본금의 2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착금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해 이들의 재산상태나 제3국에서의 체류기간, 보호시설에서의 생활규정 위반 등을 고려해 정착금을 감액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범위를 현실화하도록 하는 법안도 다수 무산됐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 역시 북한을 탈출해 일정기간 제3국에 체류하는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이 낳은 직계비속으로서 19세 미만인 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제3국에서 출생한 북한이탈주민의 자녀를 보호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하나원에서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와 함께 보호를 받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는 하나원에서 해당 등록기준지의 출생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같은 당 심재권 의원은 북한이탈주민에 탈북 아동을 포함시켜 북한 국적인 생모와 중국 국적인 생부 사이에서 태어난 후 버려지거나 생모의 북 강제송환 및 사망 등 사유로 혼자가 된 탈북아동을 보호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법안을 냈으나 모두 한 차례 논의도 없이 임기만료 폐기됐다.
급증하는 탈북 아동과 청소년 관련 법안도 다수 발의됐으나 무산됐다. 조명철 의원은 북한이탈주민의 영유아에 대한 보육지원 사업과 관련 시책을 수립해 예산을 지원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전체 국민에게 적용되는 영유아보육법에 관련 내용이 이미 있다는 이유로 계류됐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8월말 기준 탈북청소년 초중고 학생 수가 2717명에 달하있으나 탈북청소년을 위한 교육시설은 특성화학교 1개 및 대안교육시설 8개에 불과하다며, 국유재산 또는 공유을 무상으로 대부·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논의 없이 임기만료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