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개관' 아시아문화전당, 거대 외관속 맥락없는 콘텐츠

광주(전남)=김유진 기자
2015.09.06 15:54

[르포]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가보니…콘텐츠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 필요

광주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야경. /사진=뉴스1

번쩍이는 거대한 은빛의 건축물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세월과 7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세를 투입해 만든 건물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 콘텐츠는 실망을 자아냈다.

광활한 공간에서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는 각자 따로 놀고 있었다. 한마디로 ‘맥락’이 없는 듯했다. 공연은 너무 현대예술에만 치우쳐 대중의 흥미와 괴리가 있었고, 전시는 6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급하게 만들어져 참여 작가들 사이에서마저 잡음이 일었다.

지난 4일 부분 개관한(예술극장·어린이문화원·문화정보원·창조원 4개원) 단군 이래 국내 최대 규모 문화공간으로 평가받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모습이다.

정식 개관은 오는 11월25일로 예정됐으나 최근 준비시간 부족 등으로 미확정으로 변경됐다. 이번 개관에는 현재 공사 중인 민주평화교류원을 제외한 부분을 시범 운영하면서 전당 시설과 주요 콘텐츠 운영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의 유리문이 열린 모습. 내부에서는 차이밍량의 '당나라 승려'가 공연 중이다. /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 촉박한 개관 준비…전체 관통하는 '맥락' 없어

아시아문화전당의 목표는 '아시아 문화의 산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거대하고 화려한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도 미비할뿐더러 부분 개관한 4개원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문제들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방선규 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는 지난 8월 부임해 현재 전당 업무를 맡은 지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 예술 총감독은 부재 상태다. 4개원을 맡은 예술감독들 또한 올 초나 중순쯤 기용돼 수개월 만에 급하게 개관을 준비했다.

짧은 준비 기간은 참여 작가들마저 불편하게 만들었다. 독일 비디오아트 작가 겸 코펜하겐 왕립미술아카데미 교수 안젤라 멜리토풀로스는 "2개월 만에 작품 준비를 완료하도록 했고, 작품활동 외의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 집중하기 힘들었다"며 공식 석상에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성원들이 전당을 만들어가는 방향과 꿈꾸는 미래도 틀어지고 있다. "조용필도 원하면 공연할 수 있게 하고 티켓을 잘 팔겠다"는 포부를 밝힌 방 직무대리와 달리, 예술감독들은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이 있는 작품 위주로 무대에 올리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 어깃장 수순이 이어지고 있다.

◇ '제작' 표방하지만 기존 작품 '재연'…포부와 현실의 괴리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은 대관 중심이 아닌 창작 극장을 표방한다. 김성희 예술극장 감독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작품을 만들고, 바로 극장을 통해 선보이는 '제작극장'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을 제작해 세계로 발신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아시아문화전당이 벨기에·오스트리아·대만 단체와 함께 제작에 참여해 기대를 모았던 개막공연은 이미 전세계 공연장에서 수차례 상연된 바 있다. 1994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감독 차이밍량이 앞서 영화로도 제작한 바 있는 '당나라 행려'가 그것.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 아니라면 적어도 시설의 규모와 기술을 적극 선보일 수 있는 공연이 개막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관객의 기대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극장에 들어서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단순하게 흰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단순한 퍼포먼스는 집중력을 방해했고, 천장에 달린 500개 조명 중 단 10개만이 사용된 것도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것 없는 상황처럼 초라했다.

기대를 모았던 폭 30m, 높이 16m의 유리문을 여는 장면도 거대한 비행기 격납고 열 듯 둔하고 답답했다. 이 상황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차이밍량의 '당나라 승려' 공연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 관건은 결국 '콘텐츠'…대중성과 예술성의 적절한 균형도 과제

작가의 역량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한 기술적인 측면은 충분히 구현한 상태다. 개막작의 하나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열병의 방'의 경우 모든 빛이 제거된 공간에서 갑자기 스크린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또 하나의 스크린이 등장하는 등의 새로운 경험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아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문화를 선도하는 능력이 있는 인물을 예술 총감독 자리에 앉혀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찾는 일도 과제다. 방 직무대리도 "먼저 지역민과 국민의 관심을 받아야 아시아와 세계로도 뻗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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