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주지 않으면 차라리 거세하라”

김고금평 기자
2015.10.14 03:06

[따끈따끈 새책] 민음사 창사 50주년 앞둔 인문학 원전 ②'불온한 철학사전'

만약 간통법이 폐지되기 전이라면 ‘간통’에 관한 볼테르의 사례들은 꽤 효력이 컸을 것이다. 1764년쯤 작성된 탄원문에는 아내의 간통에 종교적 이유로 이혼하지 못하고 법정 별거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프랑스 법관의 고민과 비애가 담겨있다.

“죄를 지은 쪽은 저의 배우자인데 벌은 제가 받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그의 민원은 새 아내가 필요하다는 간곡한 주장을 자연권과 민법의 논리에 따라 펼친다. 이 논리는 꽤 설득적이어서 이혼은 수용돼야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는 현실에 절망한 법관은 “새 아내를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나를 거세하라”고 한탄한다.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가 낸 ‘불온한 철학사전’에는 인생에서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모든 일상을 다시 재배열해 생각하도록 부추긴다. 보수에 대한 반동이고, 폐쇄 가치로부터의 탈출인 셈이다.

이는 문인이 걸어가야 할 태도와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궤변이나 설익은 소리를 하지 않고 혼자 글을 쓰는 진정한 지식인은 대부분 박해를 받았다”며 “잘 다져진 땅을 걷는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가리키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진다”고 표현했다.

‘우정’에 관한 글에서 신랄한 그의 풍자는 예봉을 휘두르는 듯하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은 이웃을 도와주라는 말이지, 이웃과 나누는 대화가 지겹더라도 기쁘게 즐기라는 뜻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수다쟁이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라는 뜻이 아니며, 낭비벽이 있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라는 뜻도 아니다.”

반체제 성향을 지닌 볼테르는 정부의 눈엣가시였고, 급진적인 생각으로 보수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종교 박해의 상징으로 불태워지기도 했다. 볼테르는 이 책에서 ‘계몽’하지 않고 ‘자각’하도록 내버려둔다. 가르치는 것은 예술과 기술에 한정돼야 하며, 도덕은 오로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지적 에세이는 거침이 없다. 뉴턴의 사상에 경도돼 있으면서도 그의 출세에 대해선 “재무장관이 (내) 질녀를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라는 속사정을 과감히 내비친다. 데카르트에 대해선 “체계가 그릇되고 우스꽝스러운 상상으로 짜여있다”고 비난한다.

재치와 유머, 때론 거친 비평도 마다치 않는 볼테르의 사상은 그 자체로 삶의 의지와 변화를 이끄는 불쏘시개로 다가온다. 이 정신이 아니었다면 반세기 후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실패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 불온한 철학사전=볼테르 지음. 사이에 옮김. 민음사 펴냄. 552쪽/2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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