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 사상가가 직접적인 의무감을 지닌다면, 시대에 만연해 있는 우상의 면전에서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지배적인 흐름을 거슬러야 한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1972년 영국 리즈 대학 교수에 오르면서 한 취임사는 지금 시대 관점에서 보면 필요하지만 위험하고, 자본주의 시대에선 부유하는 철학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회학’은 오늘날 아카데미 내부에 안전하게 뿌리내린 보수 학문의 대표 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바우만은 과학의 모습을 띠고 인간 존재의 삶으로부터 고립된 사회학을 위기의 학문이라고 진단한다. 가치중립성에 대한 집착, 난해한 전문용어의 발전, 전문가주의를 이용한 각종 도구의 차용 등이 사회학과 사회학이 탐구해야 하는 세계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이라는 것이다.
‘객관적’ ‘과학적’이라는 우산을 쓰고 숨은 사회학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통찰을 정책 입안자에게 판매하거나 권력자로부터 연구기금을 제공 받는 순간만을 기다리는 현실은 사회학의 본연적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바우만은 지적한다.
바우만은 ‘사회학의 쓸모’에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66개 대담 속에 담아 사회학의 위기와 임무, 지식인의 역할 등을 논리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그의 결론은 “사회학만이 사회학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우만은 사회학의 현실적 역할론에 대해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다. 이는 쉽게 풀어쓰면 ‘삶 속에서’로 요약될 수 있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등장인물처럼 구체적인 삶 속으로 당당하게 밀고 들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고, 안톤 체호프처럼 은근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살고있는 역사적 시기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사람들이 살아내야 하는 삶의 맥락에 대한 설명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또 삶에 대한 기민한 태도를 요구한다. 그러니까, 누구나 경험하는 공포와 희망에 대한 대중적 이야기들이 일상적 체험과 무관하지 않고, 이 이야기들이 당대에 대한 설명과 결합되도록 구성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회학이 쓸모가 있으려면 이 모든 과정을 달성할 때이다. 바우만과 대담에 나선 미켈H. 야콥슨 덴마크 올보르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만을 제공하는 사회학은 쓸모 없으며 나아가 권력에 팔려간다면 위험하기까지 하다”며 “사회학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연결하고 자신의 시대가 자기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평가하는 도구로 채택될 경우 성공적”이라고 강조한다.
◇사회학의 쓸모=지그문트 바우만 외 지음. 노명우 옮김. 서해문집 펴냄. 256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