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비올때 우산 뺏지 않아야"

구예훈 기자
2015.11.29 14:52

[따끈따끈 새책] '리더의 자리'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기 지원 등 일화 담아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산업 전반, 특히 중소기업 대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부실 증가를 우려한 은행들은 대기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잘 받을 수 없는 신용경색이 오게 된다. 경쟁력은 있는데 유동성이 없어 도산할 수도 있게 되는 것. 자칫하면 IMF 당시 국내기업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60)은 저서 '리더의 자리'(티핑포인트)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선제적 자금확보 조치로 모든 은행들이 몸 사리던 중소기업 대출을 실행했던 경험을 담았다.

윤 전 행장은 "IMF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서서 살 수 있는 기업이 도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역할은 기업은행이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8년 9월 말 당시 기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0.15%로 2007년 말에 비해 0.25%포인트 하락한 상황이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면 대출을 확대하기가 어렵다.

윤 전 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다가올 대출부실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정부에 1조원 증자를 요청했다. 은행이 증자를 요청하는 것은 스스로 은행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섣불리 자신을 늘리다 나중에 부실화 될 수도 있다는 내부 반발도 있었다.

윤 전 행장은 그러나 "은행 간 자산경쟁이 있을 때 대출을 늘리게 되면 부실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이 거의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는 유망하지만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을 엄선해서 대출하면 부실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오히려 이러한 기회에 새로운 고객을 많이 받아들이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전 행장의 판단은 옳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시 기업은행은 전체 중소기업대출 순증의 90% 이상을 담당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부실이 크지 않았다.

이처럼 국책은행으로서 기업은행의 공적 역할 수행을 중요시했던 윤 전 행장의 경영방침은 30여 년간의 공직생활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는 1977년부터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공직에 몸담아오다 2007년 제22대 기업은행장에 취임했다.

윤 전 행장은 공직생활의 경험을 살려 기업은행의 조직문화를 바꾸고자 '소통'을 강조했다. 신분 보장이 되는 공직에선 장·차관의 의견에도 "그건 어렵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이윤극대화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사기업인 은행에서는 자신이 던진 한마디가 곧바로 최종결정으로 선택되는 것을 보고 난 이후부터다.

틈틈이 은행점포를 방문하고 직원들에게 격려 전화를 하는 등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했던 윤 전 행장은 짧은 3년 임기를 마치던 날 '아빠 같은 행장님'으로 불렸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뺏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은행의 운명'이다. 그러나 윤 전 행장은 되레 비가 올 때 중소기업들에 우산을 쥐어주는 '리더의 자리'를 보여줬다.

◇ 리더의 자리=윤용로 지음. 티핑포인트. 380쪽/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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